마스크를 사면서

2020.03.22 23:56

한일신 조회 수:51

마스크를 사면서

안골은빛수필문학회 한일신

 

 

 

 ㅅ면에 볼 일이 있었다. 마침 시내 우체국에서는 마스크를 취급하지 않는데 읍면에 가면 살 수 있다기에 겸사겸사 차를 몰고 ㅅ면으로 향했다. 우체국에 740분쯤 도착했다. 옛날 기차표 예매하러 갔을 때처럼 길게 늘어서 있는줄 뒤에 섰다. 앞에 선 아주머니는 머리가 채 마르지도 않은 채 나온 걸 보면 몹시 바빴나 보다. 내가 춥겠다며 모자를 벗어주려고 했더니 괜찮다며 사양했다. 어제도 나와서 타갔다기에 상황을 물어봤더니 9시가 되면 우체국 직원이 표를 나눠주고 11시가 되면 표를 마스크로 바꿔준다는 거였다. 수량은 400매로 80명이 탔단다. 우리가 서 있는 순서는 90번째쯤 되니까 오늘 사기는 틀렸다면서도 혹시(?) 모르니까 끝까지 기다린다기에 나도 따라서 자리를 지켰다.

 

 시간이 되어 마스크를 구매할 표를 받아서 나오는 분이 "이날 오전 7시부터 마스크를 사기 위해 이곳에서 줄을 섰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도 끝내 서 있다가 들어갔더니 역시 마스크가 다 떨어지고 없단다. 물론 기대한 건 아니지만 막상 나오려니까 왠지 모를 아쉬움에 발걸음이 무거웠다.

 

 볼 일을 마치고 10시 반쯤 농협 하나로마트로 갔다. 이곳은 2시부터 준다기에 일찌감치 줄을 서려고 했더니 1시에 오라며 얼씬도 못하게 했다. 나는 춥기도 하고 어디 가서 마땅히 시간 보낼 곳도 없어서 살 것 있다면서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몇 가지 물건을 사느라 왔다 갔다 하면서 두어 시간을 보냈다. 12시가 넘어서 밖을 보았더니 어느새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는 게 아닌가? 나는 깜짝 놀라서 맨 앞에 섰더니 곳곳에서 아우성이 터졌다. 나도 질세라 목소리 톤을 올려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맞섰더니 곁에 있던 농협 직원이 한마디 거들자 주위는 금방 잠잠해졌다. 날씨가 사나운지라 기다리는 동안 고맙게도 여직원이 연신 따뜻한 차를 내다 주었다. 갈수록 바람이 세차게 불어 흙먼지가 날렸지만 살 수 있다는 희망은 모든 것을 이기고도 남게 했다.

 

  마스크는 방진, 보건용, 보온용, 조리용, 화재용 등 여러 종류가 있었다. 요즘같이 미세먼지나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는 호흡기를 외부적 물리적으로 차단해주는 보건용 마스크를 써야 한다. 마스크를 고를 때는 먼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하는 제품인지 확인해야 한다. 그런 다음 ‘KF80', 'KF94', 'KF99'와 같은 문자가 쓰여 있는지 봐야 한다. KF94는 미세먼지를 94% 이상 걸러주고, KF8080% 이상 걸러주고, 덴탈 마스크는 60~70% 정도로 바이러스 예방효과가 있다. 천이나 면 마스크는 KF 마스크와 달리 비말을 막는데는 20% 정도의 효과만 있다니 황사·미세먼지 발생 수준, 개인별 호흡량 등을 고려해 각자 개인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최근 유행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비말 감염이다.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바이러스가 배출되며 이 바이러스가 호흡기나 각막 등으로 다른 사람에게 옮겨간다. 이때 재채기로 나온 침이 묻은 물건을 만진 다음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만지거나 눈을 비비는 등의 행위를 하면 감염되거나, 에어로졸 형태로 떠돌아다니다 바이러스가 호흡기에 일정 수준 이상 들어가서 감염된다.

 

 한국·중국·일본에서는 마스크를 감기 걸린 상태로 밖에 나가기 위해 쓰는데, 유럽에서는 '범죄자들이나, 병에 걸린 사람들만 쓰고 다니는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해서 마스크를 잘 쓰지 않는다. 그러니 생산량도 한·중·일에 비해 유럽이 턱없이 낮은 편이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사태만 보더라도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가운데 사망자 수 또한 빠르게 늘고 있다.

 

 유럽은 한국과 달리 80~90대 초 고령층은 방치한다. 코로나19 진단검사 속도와 사생활 침해에 따른 감염경로 추적의 어려움, 그리고 음압 격리병동 같은 감염병 치료 시설 부족과 마스크 착용을 꺼리는 특성이 있다. 그런데다 포옹과 얼굴 맞대는 인사문화 등이 코로나 확산을 부추기는 것 같다. 사실 그쪽엔 미세먼지도 없어서 마스크는 주로 의사나 환자가 쓰고 일반인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은 환자 쓸 것도 없다니 마스크를 쓰고 싶어도 어디 쉽게 구할 수 있겠는가? 연일 확진자와 사망자가 증가하는 유럽과 미국, 동남아시아의 코로나 기세로 이제 세상 어느 곳에도 안전지대는 없을 성싶다. 각 나라는 자국의 보호와 안전을 위해 서로 왕래하지 않고 빗장을 걸어 잠그고 외부의 유입을 차단하고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있다. 언제쯤 나아질까? 얼마나 더 아프고 아파야 끝이 날지 모르겠다.

 

 코로나여, 물러가라. 제발 좀 물러가라고 주문을 외듯 몇 번이고 되뇌어본다.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참 나약한 존재인가 보다. 자연은 어김없이 제 몫을 다하며 봄을 물고 오는데, 지구상에는 코로나19로 오늘도 얼마나 많은 목숨이 죽어가고 있는가? 자연의 위력과 인간의 나약함을 동시에 절감한다.

 

 코로나19가 하루 속히 종식되어 우리 모두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보고 싶은 사람을 보고 싶을 때 만나는 평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빌어본다.

                                                        (2020.3.4.)

 

 KF94는 ’Korea Filter'의 줄임말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구분하는 보건용 마스크의 하나로, 바이러스까지 차단할 수 있는 방역용 마스크다. KF 문자 뒤에 숫자를 표시하여 해당 제품의 입자차단 성능을 나타낸다. [출처] 백과사전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67 창 그리고 방패 최정순 2020.03.27 16
1366 판사의 명판결 두루미 2020.03.27 3
1365 승강기 앞의 허탈감 한성덕 2020.03.27 56
1364 잣죽과 수세미 김성은 2020.03.26 5
1363 잔전거와 붕어빵 김미선 2020.03.26 17
1362 오뚝이 인생 두루미 2020.03.26 57
1361 삼라만상을 두루 적시는 남고모종 김정길 2020.03.26 2
1360 자식에게 전해주고 싶은 7가지 이야기 두루미 2020.03.26 48
1359 지구촌의 아름답고 신선한 호수들 두루미 2020.03.25 36
1358 오복의 으뜸, 이빨 이우철 2020.03.25 34
1357 그땐 그랬었지 박제철 2020.03.25 20
1356 언제나 당신 편 두루미 2020.03.25 6
1355 고도원의 아침편지 [1] 고도원 2020.03.25 22
1354 얼굴없는 괴물, 코로나19 김금례 2020.03.24 37
1353 꽃베고니아 백승훈 2020.03.24 11
1352 부장님의 마스크 두루미 2020.03.23 56
1351 때늦은 후회 최정순 2020.03.23 22
» 마스크를 사면서 한일신 2020.03.22 51
1349 바람의 가위질 한성덕 2020.03.22 36
1348 '코로라19'도 지나가리라 이우철 2020.03.22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