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복의 으뜸, 이빨

2020.03.25 21:22

이우철 조회 수:34

오복(五福)의 으뜸, 이빨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이우철

 

 

 

 우리 몸 어느 한 곳도 중요치 않은 곳이 없다. 손톱사이에 가시 하나만 박혀도 참기가 어렵다. 기계도 오래 쓰면 닳아 고장이 나듯, 사람의 몸도 나이가 들면 이빨이 부실해지고 눈도, 귀도, 무릎도, 삐걱대기 마련이다. 자주 병원을 찾아 하나씩 고치고 손질해가며 뒤탈없이 조용하게 살아가야 한다.  

 

 며칠전에 임플란트 한 개를 박았다. 몇 년 전 해 넣었던 치아가 밤낮으로 아리고 괴롭혀 손질을 한 것이다. 무려 4개월만에 완성했으니 그간의 애로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작업하기도 옹색한 안쪽 어금니라서 의사도 나도 고통이었다. 잇몸에 인공뼈를 지어붓고 새로운 지주를 세워 임플란트를 끼워 넣는 과정이 복잡했다. 그래도 꼼꼼히 해주려는 의사의 섬세함이 고마웠다.  

 

 생각해 보니 나는 무책임한 사람이었다. 어릴적 산골에 살았을 때였다. 가게도 없는 첩첩산중이니 무엇하나 군것질꺼리도 사먹을 수 없는 곳이었다. 집에서 자유스럽게 먹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쌀이었다. 광을 드나들며 쌀을 주머니에 가득 넣고 다니며 먹었다. 맛도 고소하고 허기를 채울 수도 있어 나에겐 매력만점이었다. 특히 초가을이면 아버지가 만들어주시는 올겨쌀은 더없이 좋은 군것질감이었다.

 

 그동안 이빨은 점점 썩어 가고 있었다쌀이 이를 상하게 하는 원인이었다. 당시 그렇듯이 우리 집에도 칫솔이 없었다. 굵은 소금을 빻아 가끔씩 닦는 것이 전부였다. 부모님들은 늘 채근하시지만 짜디짠 소금으로 이를 닦는 일은 어설프고 하기 싫어 제대로 하지 않았다. 자주 양치질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극성스런 사람’이라며 비웃었다.

 

 초등학교 6학년 어느날, 결국 어금니가 아렸다. 학교를 갈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할 수 없이 어머니와 동네치과(무면허)에 갔더니 앉으라며 씨름판 장사가 상대선수를 불끈 들어 올리듯 이를 쑥 뽑아냈다. 아니 이렇게 무심할 수가 있을까? 지금처럼 신경치료를 조금만 하면 살릴 수 있는 성성한 이를 빼버리고 나니 몸은 추워지고 몸살기운이 들어 3일간 누워있어야 했다. 몇년 지나니 옆에 있던 이도 계속 밀려났고 윗니는 맞물림이 없으니 또 썩어갔다.

 

 이렇듯 어금니 3개가 빠져나갔다30대 중반에 직장 다니며 치아 9개를 손질하게 되었다. 다행히 좋은 의사를 만나 견고히 해주었으니 오래오래 사용할 수 있었다. 이제 연식이 오래되어 또다시 임플란트를 한 것이다. 어렵사리 내 치아를 찾은 것 같아 마음은 편안해졌다. 새로 해 넣은 치아는 아무리 잘해도 불편하고 고장이 잦아 자연이 준 치아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자주 치과를 드나들며 손질해 주어야 오래오래 쓸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치아를 오복중 으뜸으로 꼽았다. ‘민간에서 말하는 오복은 치아가 좋을 것, 자손이 많을 것, 부부가 해로할 것, 손님을 대접할 수 있을 것, 명당에 묻히는 것’ 등이다. 오늘날 명당까지야 고집할 일은 아니지만 치아가 중요함에는 이의가 없다. 치아와 잇몸이 튼튼하면 삶의 질이 높아진다. 씹지 못하고 영양에 균형을 잃으면 뇌에 피와 산소 공급이 어려워 뇌기능에도 문제가 생긴다.

 

 ‘먹기위해 사느냐, 살기위해 먹느냐’는 늘 논란거리다. 그처럼 먹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지만 형편이 그럴 경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산해진미가 있어도 치아가 부실하면 먹는 즐거움은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부모들에게 이빨을 해드리는 것이 효도중 으뜸이라 하지 않던가?

 

 치아는 어렸을 때부터 관리하는 것이 기본이다. 치아가 좋으면 당당해 보이고 인물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이젠 모두 치아의 소중함을 알고 가정마다 주 치과를 정하여 관리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듬성듬성 나 있으면 밀기도 하고 당겨주기도 하여 보기 좋게 치아를 교정해준다. 자신감을 주기도 하며 그 사람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

 하나의 손상으로 전체가 무너지는 치아의 소중함을 느끼며 어렵사리 해 넣은 치아를 잘 관리하여 노후를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

                                                                (2020.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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