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를 기르며

2020.04.07 03:01

이환권 조회 수:4

물고기를 기르며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이환권

 

 

 

 봄이 왔지만 봄이 아니다. 도로가에 벛꽃이 만발하지만 흥겹지가 않다. 친구들이 매일 보내주는 이름모를 꽃들의 풍성함이 나에겐 황홀의 경지로 다가오지 않는다.

 올해의 봄은 망쳤다설을 전후하여 중국 우한에서 들이닥친 코로나19 신종 바이러스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대한민국은 하루하루 나타나는 확진자 검사수로 인해 중국 다음의 최대 피해국이 되었고, 급기야 모든 학교와 공공단체들의 휴교령이 떨어져 꼼짝도 못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모든 봄나들이 계획과 행사들이 취소되고, 졸업식과 입학식도 제대로 못한 채 아직까지 등교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한단 말인가? 몸은 근질근질하고 봄을 맞아 나비처럼 훨훨 날고 싶은데 받쳐줘야 할 조건들이 역주행을 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희망의 끈을 잡고 싶은데 기댈만한 언덕이 없다. 마음이 불안하니 손에 잡히는 것도 없다. 시간은 있는데 글을 쓰고 싶은 마음도 없다나같은 사람이 글을 쓴다고 신인작을 내고, 한 달에 한 편도 쓰지 못하는 주제가 아닌가?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하며 혼돈케 하더니 마침내 정리하는 시점에 도달하게 됐다.

 정월 대보름쯤으로 기억된다. 큰외손자 여섯 살배기 하늘이한테서 전화가 았다.

 “할아버지, 제가 거북이를 키우고 싶은데 할아버지가 도와 주시면 안돼요? 거북이 밥만 주면 되는데!"

 “그럼 누구네 집에서 키울 건데?"

 “우리 엄마가 집에서는 절대 못 키운대요. 그러니까 할아버지 집에서 키워야지요!

 모든 애들의 호기심이 많을 때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도리라 생각되어 지금까지 한 번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이 분야에 발을 들여 놓게 되었다. 그리하여 지인들에게 거북이를 키우는 요령과 어항을 어떻게 할 건지 등 물고기 키우는 요령들을 익혀 나갔다. 다만 거북이는 비린내가 많이 나기에 열대어를 키우면 좋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때가 되어 중고시장에 나온 예쁜 어항을 2만원에 구하고 즉시 수족관 판매점에 들러 필요한 장비들을 구입했다. 여과기, 기포기, 희터기. 뜰채. 전등, 수초 등을 구입하고 물잡이에 들어갔다. 수족관에서의 물관리가 가장 중요한데 적어도 열흘 동안은 열대어들이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구피 2마리를 대여 받아 키우는 첫날이 시작되었는데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다. 다행히 사흘동안 잘 지내자 내가 몸살이 났다. 하여 구피 4마리를 사다가 바로 수족관에 넣어 주었다. 그랬더니 다음날 4마리가 죽어 버렸다.

  아니 어찌된 일인가? 아무에게 말도 못하고 끙끙 앓다가 친구에게 문의하니 새로운 수족관에 넣을 때는 반드시 바로 넣지 말고 한시간 정도 물 봉지 그대로 넣었다가 풀어주라는 얘기였다. 아마 물이 깨지지 않았으니 천천히 2마리씩 격일 간격으로 넣으면 된다고 귀뜸해 주었다.

 한 마리에 천 원짜리인데 죽고 나면 마음이 짠하다. 내가 이걸 괜히 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죽은 새끼는 미련을 두지 않고 2~4마리씩 테트라. 하프블렉. 엔젤 안시, 몰리. 실버샤크. 플레티 등 형형색색의 귀여운 놈들을 입주시켰다. 첫 수족관의 정원은 30마리여서 그 수를 다 채우고 군산 동생네 집에 수족관이 있다 하여 둘째도 살림을 차렸다. 둘째네는 비교적 큰 놈들로 자리를 잡아 20여 마리가 어울우졌다.

 이젠 손자들의 물고기 먹이 주는 재미와 수시로 새끼를 낳는 구피의 모습을 보며 그나마 어두운 시국을 달래보고 있다. 오늘도 구피가 낳은 새끼들이 몇 마리인가 세어보며 하루를 보낸다. 수족관 앞에 앉아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생명력이 있기에 힐링이 된다. 이 작은 미물도 살아보겠다고 같은 종류들끼리 떼지어 다니고 먹이를 줄 때면 한 알이라도 더 먹겠다고 움직이는 것들을 보면 여기도 인간사나 다를 바 없구나 싶다.

 아내는 금붕어도 합류했으면 좋겠다고 하여 네 마리를 사서 넣어주니 종횡무진이다. 먹는거며 파헤치는 거며 빨빨거리며 헤적이고 수초를 먹어치우는게 확실히 열대어와 달랐다. 옥상 널따란 빈 김치통으로 보금자리를 옮겨줬다.그래도 지난 주 김제 물고기마을에 가서 사온 금붕어 여섯 마리를 합하니 나름대로 대가족이 되었다.

 처음엔 반기는 기색없이 눈치만 보던 녀석들이 먹이를 주러 올라가면 꼬리를 치며 반가워 한다. 참 다행이다. 다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대화도 못하는 시기에 나를 반기는 친구들이 있으니 참 좋다.

 오늘도 나는 가재를 들여올까, 남생이를 들여올까 고민중이다. 왜냐하면 지인에게서 또 작은 어항을 하나 선물로 받았기 때문이다.

                                                 (2020.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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