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_3347.jpg



20181226               스키장 다녀오던 버스에선 무슨 일이

                                                                                                                노기제(통관사)

 

   불경기 찬바람이 역력한 관광회사의 스키여행. 모두 열 한 가족, 서른 명을 모시고 크리스마스 연휴에 집을 떠난 가이드는 20년 베테랑 전 스노우보드 강사 JM 님 이다. 경기 좋던 시절 매해 스키시즌이면 가이드가 열이라도 부족했던 고객님의 숫자는 천 오백을 웃돌았다. 화려했던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몸을 떤다. 한 시즌 벌어 일 년을 먹고 살았던 그리운 옛날이여!

   그 때 그 고객중의 하나였던 필자도, 변해버린 지금의 상황이 낯설다. 일인당 고작 40불 정도면 하루 종일 눈밭에서 가족이 함께 행복을 빚어내던 초창기 때에 비해, 4배 이상으로 몸값을 올린 리프트 티켓이 가장 큰 원흉이겠다. 4인 가족의 하루 리프트 티켓 값에 아이들 스키스쿨 비용에 34일 먹고 자고 하려면 몇 천 불 훌쩍 날아간다.

   50 인승 대형 버스에 편하게 자리한 서른 명 중엔 할머니, 부모, 아이들 3대가 섞여 있다. 차분한 목소리에 간간히 질문을 던지면서 가이드 자신의 가정을 풀어낸다. 단순한 가족 이야기를 숨김없이 털어 놓는다는 느낌을 주면서 청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거부감 없이 시작되는 첫 딸아이의 성장통이 부모와 아이들 모두에게 흥미를 돋게 한다. 언젠가부터 아빠와 눈도 안 맞추며 서먹해지는 행동. “안녕하세요?” 손님 취급이다. 틴에이저 입성 2년 전이다. 서운하고 안타까운 마음이야 표현 할 방법이 없지만,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아빠의 위치. 둘째 딸과 한 살 반짜리 아들에게 고개를 돌려 위로를 받는다.

   십여 년 홀로 외국생활 했던 내 멋대로의 습관으로 부부가 한 방을 쓰는 불편함을 고백한다. 신혼 일 년 후에 합의하에 각방을 쓴다. 듣는 이들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오랜 결혼생활로 마음 벌어진 부부들의 각방쓰기 비밀을 합리화 시켜주는 꿀멘트다.

   아내의 서툰 요리 솜씨에 칭찬 일색으로 용기를 주고 더 열심히 요리에 정진하게 만든다. 현명한 남편이다. 찡그리고, 탓하고, 안 먹고 해서 얻어지는 결과가 무엇인지 진즉에 알아챈 거다. 아내가 맘에 안 들고, 기대에 못 미치고, 급기야 화가 치밀어 욕지거리에 손찌검까지 가는 남편들이 허다한 세상이다.

   사내자식이 얼마나 못났으면 아내에게 욕을 하느냐는 부모님의 교훈을 기억한 덕분으로 화를 참고 견딜 수 있었다는 고백이다. 실상 화가 난다는 기준이 뭘까.  빼앗기지 않고, 이기고, 내가 원하는 것을 쟁취하려는 욕심, 내지는 이기심이라 표현한다.

   “전쟁터에요. 가정도 역시 내가 주도권을 잡고 내 마음대로 휘둘러야 속이 편해지는 곳이에요. 사랑하고 이해하고 양보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잊고 살기 십상에요.”

   결혼 11년 차 가장이 풀어내는 강의가 명품이다. 물론 자신의 경험인양 가족들을 도마위에 올렸지만 20년 세월에 가이드의 눈에 비친 수많은 가정들의 단상을 뽑아 낸 것임을 알 수 있다

   인생 별것 아니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어둠속에 가두고 숨으려 했다면 툭툭 털고 밝은 해 아래로 나올 것을 종용하는 따뜻한 소리였다

댓글 0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들러주시고 글 읽어 주시는 분들께 [2] 노기제 2022.12.01 42
340 애인 노기제 2007.08.08 2429
339 쎅스폰 부는 가슴 노기제 2007.01.16 1477
338 짜증나는 세상, 잘 살아내자 노 기제 2016.12.26 1238
337 현창이 영전에 노기제 2009.12.20 1079
336 단편소설, 사랑, 그 이파리들 (첫번째 이파리) 노기제 2010.12.05 1069
335 엄마 생각 (시) 노기제 2011.09.06 1042
334 아름다운 몸매 노기제 2004.02.03 1025
333 타교로 간 17회 엘에이 3인방의 변 노기제 2013.12.09 1020
332 소설, 사랑, 그 이파리들 (네 번째 이파리) 노기제 2010.12.05 1005
331 나의 발렌타인이 되어주세요 노기제 2004.05.02 1003
330 여자는 물과 같거든 노기제 2004.11.21 986
329 편지 노기제 2007.05.20 967
328 사회자 필요하세요? 노기제 2008.02.10 964
327 구름 한 점 노기제 2007.05.20 963
326 소설, 사랑, 그 이파리들 (두번째 이파리) 노기제 2010.12.05 961
325 잊은 줄 알았는데 노기제 2008.08.20 959
324 소설, 사랑, 그 이파리들(세번째 이파리) 노기제 2010.12.05 941
323 소라의 회복 노기제 2010.09.02 935
322 속옷까지 벗어 준 노기제 2007.06.29 935
321 첫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는 사람 노기제 2006.05.04 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