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가 사는 법

2020.06.20 17:59

곽창선 조회 수:3

우리 부부가 사는 법

                     신아문예대학 수필 장작 수요반 곽 창 선             

 

 

 

   

  KBS-1TV 아침마당과 함께한 지 오래되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면 아내와 함께 거실에 앉아 약 1시간을 즐긴다. 각종 상식이며 장기자랑과 부부의 애절한 인생역정까지 풀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종종 노년의 부부생활을 주제로 주변에서 일어난 숱한 고난과 역경의 순간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갑론을박을 들으면 내 삶의 뒷얘기처럼 아슬아슬하다.

 

 시청하면서 우리 부부가 겪은 젊은 시절의 쑥스러운 이야기가 나올 때면 괜스레 얼굴이 붉어진다. 지금 같으면 자칫 황혼이혼을 맞을 뻔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 거린다. 여느 가장처럼 여권女을 지배해 왔으니 나로서는 느끼는 바가 크다.  

 

 퇴직 후 아내만 기다리는 ‘아내 바라기’가 되었다. 아내가 퇴근하기를 기다리며 빈둥거릴 수 없어 자주 집안을 돌보며 정리 정돈도 해보지만 지루한 시간을 메울 수 없었다. 직장에서 주어진 일에 길들여진 습관 때문이다. 처음에는 새장을 벗어난 새처럼 자유로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든 새장이 그리워지는 것이었다. 텅 빈 공간에서 겪어야 하는 외로움은 지겨운 나날이었다.

 

 나의 바람으로 아내가 명예퇴직을 했다. 퇴직하면 오순도순 지낼 줄 알았는데 기대는 착각이었다. 퇴직 후 매일 붙어 지내니 개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쉬울 것 같던 의견 조율도 쉽지 않았고, 사소한 문제들로 갈등의 골은 깊어가고 재미 있을 것 같던 생활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우리의 냉전을 지켜보던 선배 한 분이 누구나 겪는 과정이라며 서로의 입장에서 문제를 찾아보라며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지난 일상을 돌아보니 서로를 배려하지 못하는 각자의 개성이 원인이었다. 오랜 동안 각자의 삶에 길들여 진 사고방식이 문제였다. 풀어 나가려니 각기 성찰의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껏 군림하려는 나의 사고를 버리고 생활습관이나, 언어, 등을 고처 아내와 맞추려 노력해 보았다. 먼저 아내와 상의하고 존중해주니 거리가 좁혀지기 시작했다. 감정의 터널을 지나니 빛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굳어진 주름이 가시며 입가에 미소가 흐르는 아내의 모습은 천사의 모습 같았다. 저런 모습을 오래도록 보고 싶었다.  

 

 늙어 가는 것도 서러운데 아프고 병들면 무슨 소용이랴 싶어 종종 여행도하고 취미생활을 함께하려고 노력 중이다. 요즘에는 메스 콤에 나오는 건강프로그램이나 책자를 통해서 몸에 맞는 건강식이나 보약도 찾아보고 힐링 방법을 찾아 헤매다 보니 하루가 짧다. 어느 날 원기에 좋다는 홍삼과 마늘을 섞어 만든 환을 주며 ‘드시고 약값 좀 하라는’ 농담에 ‘마른 나무 물 짜기라며’ 응수했다.

 

 이제 무슨 연고인지 전신이 저리고 쑤시고 아프다. 때때로 운동으로 온몸을 풀어 보기도 한다. 안락의자의 도움도 받지만 악력을 이용해 풀어주는 게 제일 시원하다. 다리 부분 맛사지는 침대에 거꾸로 누워서 상대의 발이나 다리를 서로 주무르며 스킨십을 한다. 효자손으로 다리나 발바닥을 두드려 주면 혈액 순환에 좋아 번갈아가며 두드린다. 아내도 좋고 나도 좋으니 꿩 먹고 알 먹고 일석이조다. 젊어서는 마주보고 자야 했지만 지금은 개의치 않는다. 옆에만 있으면 든든하다.

 

  부부는 동행하는 것이 제일 큰 덕목이요 행복이다. 행복이란 ‘마주보고 웃어주는’ 행동이다. 그래도 완전히 아내의 마음을 얻지 못했으니 아마 삶이란 풀기 어려운 고차 방정식이 아닌가 싶다. 남은 소원은 부부 모두 이웃에게 신세지지 않고 웰 다잉(Well Dying)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2020.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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