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안목 지팡이

2020.07.01 00:28

최기춘 조회 수:57

용안목 지팡이

                                                         최기춘

 

 

  풍류 도인들이나 짚고 다녔을 것 같은 멋진 지팡이를 선물로 받았다. 멋있고 귀한 감태나무 용안목龍眼木 지팡이를 선물 받아 고맙고 기쁘기도 했지만 마음이 이상했다. 아직은 지팡이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용안목龍眼木은 벼락 맞은 감태나무에 용의 눈처럼 군데군데 검게 탄 자국이 있는 나무를 일컫는다. 벼락을 맞고도 살아난 감태나무 연수목延壽木 지팡이는 수명을 연장해준다고 한다. 감태나무는 생강나무와 비슷한 효능이 있다. 차로 우려먹으면 향도 좋고 감기 예방과 성장기 어린이 뼈 건강에 좋다. 달마대사와 원효대사가 감태나무 지팡이를 짚고 다녔다는 전설이 전해져 더욱 유명하다.  

 

 귀한 선물을 만들어준 병갑이는 어린 시절부터 손재주가 좋고 맨손으로도 물고기를 잘 잡았다. 병갑이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우리가 벌써 지팡이에 몸을 의지할 나이가 되다니 실감나지 않는다. 우리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은 6·25 전쟁 직후여서 정말 살기 어려운 때였다. 보릿고개 때는 밥을 굶는 친구들도 많았다. 학교에서 배급한 우윳가루나 옥수수가루도 작은 보탬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우리 초등학교 동창생들은 지금도 모두 우정이 돈독하다. 한 달에 한 번 정기모임도 갖고 가끔 부부동반 여행도 하며 즐겁게 지낸다. 정기모임이 아니라도 간혹 만나 막걸리에 사이다를 타서 마시며 지난 추억을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이야기가 군대 생활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다고 한다. 빈천지교 불 가망貧賤之交可忘 이란 고사성어는 우리 동창생들을 두고 한 말인 듯싶다.

 

 지금은 지팡이가 별 소용이 없어 서재에 놓고 간혹 바라보다가 만져 보기도 하고 거실에서 짚어 보기만 한다.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정감이 간다. 병갑이는 지팡이를 만들기 위해 산을 돌아다니며 감태나무를 살펴보고 지팡이를 만들 만한 나무를 베어다가 불에 굽고 솥에 삶아 다듬으며 온갖 정성을 다했을 것이다. 감태나무 용안목은 벼락 맞은 나무라 일반 나무와 달리 군데군데 파인 부분이 많고 구불구불 하여 손질하기도 까다롭게 생겼다. 지팡이를 들여다보면 손길이 많이 간 흔적이 눈에 보인다. 지팡이를 바라보고 만져 볼 때면 윤오영 선생의 ‘방망이 깎던 노인’ 이란 수필이 생각난다. 병갑이도 그 노인 못지않게 정성을 다하여 지팡이를 만들었을 것이다. 지팡이를 바라보며 새삼 친구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그려본다.

                                                                  (2020.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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