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2020.07.01 18:14

소종숙 조회 수:5

 여백

                                                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소종숙

 

 

 

   달빛이 눈부시다. 유난히 큰 노란 별 하나 도도하게 반짝거리고 있다. 잠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달빛에 이끌려 하염없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하얗게 쏟아지는 월광이 어찌 그리도 아름다운지 곱디고운 선율이 무언으로 흐르듯 삼라만상을 적시며 세상을 잠재우고 있다.

 

 우주의 신비를 알 수 없는 네게는 가히 표현하기가 어렵다. 산속같이 조용하고 깊은 밤이다. 동양난의 여백처럼 고요하고 정숙하다.  동양난의 향은 맑아서 주위를 조용하게 하고 번잡을 용납하지 않으며 입과 꽃과 향은 정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달빛이 저리도 고운 것은 밤하늘의 여백이 있기 때문이다. 내 마음 한 자락 펴 오월을 쓸어 담는다. 마음자리도 여백이 있어야 사색을 할 수 있다. 한 치의 여백도 없는 세상에서 마음이 맑으면 우주만물이 그의 가슴에 비친다는데 오월의 달빛이 내 심상에 여백을 만들어 준다. 오월의 달밤은 때지어 초록빛이다. 오월은 시인이 된다. 달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울고 싶은 사람. 가난한 사람. 행복에 겨운 사람 누구나 바라볼 수 있다.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별이 빛나는 달밤'이 저렇게 찬란한 밤이었을까? 그는 별들이 일제히 소용돌이치는 웅장한 우주의 움직임을 그림에 담기까지 수많은 밤을 달과 별들과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까? 한 인간이 철저한 고독의 자리에 홀로 앉으면 자연에서 위로를 구하게 된다는데.

 

  오늘밤 내가 바라보는 저 달과 노란 별 하나, 고흐의 명화 '한밤의 하얀 집' 내가 간직한 ‘세계명화선집’ 에서 본 밤하늘은 똑같은 달과 별이다. 고흐의 대표작에는 예외 없이 노란색이 돋보인다. 반 고흐 하면 떠오르는 색채는 노란 색이다. 그는 노란색으로 희망을 표현했다. 또한 시신경이 손상되어서 사물을 노랗게 보는 황시증을 앓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흐가 이 그림을 그린 때는 불운했던 삶을 자살로 마감하기 6주 전이었다.

   미국 택사스 주립대학의 천문학자 나우 올슨 교수는 ‘한밤의 하얀 집’에 나오는 별을 찾아 북쪽 작은 마을 오베르 쉬 우아즈를 찾아가 마을을 샅샅이 뒤 진 뒤에 그림속의 집을 찿아 냈다. 그리고 관찰한 끝에 그림에 나오는 커다란 별이 금성이란 사실을 알아냈다.  

 

  해설에 고흐는 과학자들에게 인기 있는 화가였다 한다. 고흐의 작품에는 해, , 별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고흐는 환상적인 흔적을 볼 수 없고 현실에 밀착되는 자연을 변경시키지 않는 화가였다고 한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은 미술계뿐 아니라 과학계에서도 관심 대상이었다. 사라졌던 불우의 걸작은 1995년에 발견되어 러시아 ,상페테부르크 에르미타시 박물관에 걸려있다 한다. 거기 가지 않아도 우연히 양력 6(5)초면 그와 같은 달과 별이 떠오르는 밤하늘을 보게 된다. 금년에도 그를 위로하며 기억하라는 듯 청명한 밤하늘이 여백이 되어 찬란한 별빛이 쏟아져 내린다.

                                                                                (2020.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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