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하늘

2020.07.30 03:46

임두환 조회 수:56

구멍 뚫린 하늘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임두환

 

 

  날마다 비가 내리고 있다. 2020626일부터 시작해서 연일 내리는 장맛비는 37일을 기록했다. 예년에 비하여 일 주일이 더 길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바깥세상과 담릏 쌓은 지 오래인데 장맛비까지 심술을 부리니 마음이 심란해진다.    

 

   며칠 전 부산지역에 시간당 70mm가 넘는 집중폭우가 쏟아졌다. 하루사이에 300mm가 내렸으니, 우리나라 연평균 강우량 1,200mm를 감안하면 물폭탄이나 다름없다. 만조시간에 겹쳐 발생한 하천범람의 여파로 부산역 인근 제1지하차도에서 사망사고까지 잇따랐다. 전국 곳곳에서도 돌풍, 천둥번개를 동반한 집중폭우로 농경지는 물론이고 도로와 주택이 침수되는 등 막대한 피해가 있었다.  

 

  장마전선이 또다시 북상하면서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리겠다는 기상청 예보다. 정부에서는 재난본부를 설치하고 뉴스특보로 피해상황을 알리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번 피해로 난리를 겪었는데, 수해복구가 끝나기도 전에 또 큰비가 내리겠다니 ‘구멍 뚫린 하늘’이라고 할 수 밖에….

 

  문제는 게릴라성 폭우다. 비가 내렸다 하면 양동이로 퍼붓듯 하니 전 세계가 아우성이다. 며칠 전 KBS-2 TV에서 ‘특파원현장 세계는 지금’ 프로그램으로 중국 ‘양쯔강의 홍수, 쌴샤댐을 사수하라’와 인도 남부지역의 ‘94년만의 물폭탄’, 일본 ‘구마모토 5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방송되었다. 한 달 동안 쏟아진 호우로 중국 쌴샤댐이 붕괴될 위기였고, 이를 사수하기위해 사투를 벌이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도 처절했다. 인도를 비롯한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홍수로 휩쓸려간 삶의 터전에 아연실색하는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하루같이 비가 그치질 않으니 논밭에 나가볼 틈이 없었다. 얼마 되지 않은 밭에는 감나무를 비롯하여 배, 사과, 포도, 복숭아 몇 주씩을 심어 놓았다. 심은 지 5년째였다. 포도와 복숭아를 수확하면 아들딸네와 나눠먹을 수 있을 만큼은 된다. 이밖에도 여분의 땅에 고추, 들깨, 땅콩, 메주콩 등을 심었고, 채소로는 상추, 쑥갓, 가지, 오이, 토마토를 자연친화적인 농법으로 가꾸었다. 장맛비로 걱정되어 밭에 나가 보았다. 그런대로 과일나무와 곡식들은 잘 자라고 있었다. 피해를 입었다면 저지대에 심어 놓은 참깨와 콩이 물에 잠겨 몸살을 앓고, 수확이 늦어진 봉숭아가 비바람에 떨어져 땅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문제는 잡초였다. 장마 전, 곡식포기에 비료를 주고 잡초를 뽑아주었는데도 연일 비가 내리다 보니 잡초가 무성하여 앞일이 걱정되었다.    

 

  오늘은 730일이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번쩍!’ ‘우르르 쾅쾅!’ 천둥번개까지 겸했다. TV를 켜보니 호우뉴스특보가 나왔다. 호남, 충청, 경북지방에 시간당 100mm 안팎의 게릴라성폭우가 내리겠다며 재난방송에 귀를 기울이라고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북태평양고기압과 상층의 찬 공기가 맞닿아 장마전선이 형성되고, 장마전선의 폭이 좁아 집중호우로 변한다고 했다. 지금 글을 쓰는 중에도 카카오톡으로 ‘오늘 11, 만경강상류(완주군 삼례교) 범람위기’란 홍수경보발령 안내문이 날아오고 있다.

 

 수해는 해마다 반복된다. 예전에는 태풍으로 인한 재난이었지만 장맛비로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그리 흔치 않았다. 지구는 온난화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앞으로가 문제다. 지구 어느 곳에서는 가뭄으로 시달리는가 하면 또 어느 곳에서는 집중호우로 재앙을 당하고 있다.

 

 너나할 것 없이 유비무환을 외쳐보지만 ‘구멍 뚫린 하늘’을 그 누가 막을 수 있으랴?

                                                                        (2020.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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