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2

2020.08.01 13:47

백남인 조회 수:10

충전 2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백남인

 

 

  한 동안 집안에서만 생활하다가 밖에 나갈 일이 있어 차의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바로 견인차를 불러 카센터로 향했다. 배터리의 충전 상태를 살피고는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새것으로 교체했다. 바로 시동을 걸어보니 시원스럽게 걸렸다. 볼일을 마치고 흐뭇한 마음으로 아파트로 돌아왔다.

  오늘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서 충전充電이야말로 자동차 배터리만이 아니고, 나의 인생도 충전을 해가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병고疾病苦, 빈곤고貧困苦, 무위고無爲苦, 고독고孤獨苦 등 노인사고老人四苦를 대비하기 위한 충전 말이다.

  어렸을 적에 워낙 몸이 약했던 나는 중ᐧ고등학교 시절엔 몸의 단련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결혼 후에도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해 확실하고 일반화된 건강지식을 실천하려고 힘쓴다. 일상의 생활 속에서 식습관과 운동습관을 나부터 실천한다. 온 가족이 스스로 실행하기를 바라지만 강요하지는 않는다. 갑자기 얻은 새로운 건강정보를 느닷없이 강력히 밀어붙여 보았자 며칠 못가서 흐지부지 되고 말기 때문이다. 새로운 의학 및 건강지식은 메모해 두었다가 과학적으로 확실한 효과가 검증될 때 적용하는 지혜가 필요할 듯하다. 장수시대에 질병고를 대비하는 충전이라 할 것이다.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섭생에 관심을 기울여 간신히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최소한 생활경비가 필요하다. 그것을 해결하고자 노년에 이르러 노동을 하여 소득을 올리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기골이 장대하지 못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더욱 힘든 일이다. 매월 지급되는 연금을 아껴 씀으로써 가정의 화평을 이어간다. 재물이 많은 부자는 아니더라도 매일의 생활에서 만족을 느끼면서 그런대로 살아간다. 일확천금이나 허랑방탕한 꿈에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고 살아간다. 현실적인 빈곤고를 대비하는 충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자주 또는 가끔 만나는 지인들끼리 우스갯소리로 “내게 있는 건 돈과 시간뿐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맞는 말 같기도 한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한 말이다. 노년에 이르렀는데 무슨 시간이 많단 말인가. 또 벌이가 없는 주제에 무슨 돈이 많단 말인가. 바로 소일꺼리가 없다는 말 같다. 할 일이 없으면 시간이 많다고 느껴지겠지. 돈벌이를 떠나 유의미한 취미를 살려 몰입하다보면 하루하루는 보람으로 채워질 것이다. 정서적인 면에 관심을 기울이며 취미를 가지고 글을 쓰거나 음악을 즐기는 시간이야말로 자아실현의 극치가 아닐까. 윌리암 매슬로의 욕구계제에 의하면 자아실현의 욕구인 것이다. 무위고를 대비하기 위한 충전이며 마음과 머리를 위한 충전이라고도 할만하다.

 

  옛 어른들은 ‘나이가 들면 모든 모임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고들 하셨다. 몸이 불편하고 돈도 없으니 모임에 나가려면 힘들어서 하는 말씀이셨으리라. 오늘날은 나이 들어서도 건강한 분들이 많다. 지참금이야 식사비를 약간 웃도는 액수를 챙겨 가면 되지 않겠는가. 집안 대소사나 친척들과의 친목 모임, 각 학교 동창회나 친구들의 모임에 적극 참여한다. 나보다 나이가 훨씬 적은 사람들과도 모임을 가지면서 살아간다. 나를 싫어하는 눈치가 보이지 않는 한,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한다. 그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하면서 지인들과 무던한 관계를 유지하려 힘쓰고 있다. 대인관계 유대강화는 윌리암 매슬로의 욕구계제에 의하면 소속의 욕구에 해당된다. 고독고를 대비하기 위한 충전이다.

  하루가 다르게 지식과 기술이 진보하고 확장되는 변화의 시대, ‘인간백세시대’를 구가하는 요즘, 무방비로 충전하지 않고 보수하지 않고 살다가 뜻하지 않게 장수하게 되면 노년의 사고(四苦)를 어찌할 것인가. 그리되면 장수는 불행의 씨앗이 될 게 아닌가. 독수리도 그 동안 약해진 부리를 바위에 갈아 더 단단한 부리로 대비한다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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