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처음 본 물난리

2020.08.11 14:22

오창록 조회 수:2

평생 처음 본 물난리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오창록

 

 

 유례가 없는 긴 장마(47)에 폭우와 태풍이 온 나라를 송두리째 휩쓸고 있다. 다음 글은 어제저녁 TV에 나온 재난방송 뉴스특보를 보고 오늘 아침에 친구들에게 보낸 카톡입니다.

 

 “온 나라가 폭우와 태풍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하천의 제방이 무너지고, 도로와 철도마저 두절된 상태입니다. 그래도 비교적 피해가 없는 전주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우리는 부모와 조상님들께 고마움을 잊지 말고 살아야겠습니다.

 

 전주에 살고 있는 우리는 정말 부모님의 덕을 너무 많이 보면서 세상에 태어났다. 만일 우리가 다른 지방에서 태어났다면 지금처럼 폭우가 쏟아지고 산사태가 일어나고, 도로와 논과 밭이 어디인지 분간할 수조차 없는 광경을 집안에서 TV로 보면서 편안히 지낼 수 있을 것인가? 지금은 어느 책에서 보았는지 기억이 없지만, 구한말에 조선팔도에서 살기 좋은 곳은 첫째가 이북의 해주요, 두 번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완산이라고 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전주천이 앞에 내다보이는 곳에 있다. 요즘처럼 폭우가 쏟아져 흙탕물이 불어나면 얼마쯤 수위가 높아졌는지 하루에도 몇 차례씩 냇물을 내다보곤 한다. 오늘 아침에도 천변을 자동차로 지나가고 있는데, 어젯밤에 내린 폭우가 흙탕물이 되어 다리의 교각 끝에 아슬아슬하게 닿을 정도로 흐르고 전주천 제방도 불과 2~3미터만 남겨놓은 채 장마에 떠내려온 부유물들과 함께 무심히 흘러가고 있었다.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우산을 받쳐 들고 근심어린 눈으로 말없이 냇물을 쳐다만 보고 있었다.  

 

 어렸을 때 내 고향은 지금의 전주천 제방 아래쪽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홍수가 범람하여 제방이 무너지면 우리 마을은 피해가 없지만, 인근의 몇 동네는 전주천 제방이 붕괴되면 물에 휩쓸려서 여러 동네가 화를 면할 수 없었다. 그때만 해도 마을에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려면 ‘징’을 쳐서 사람들을 모았는데, 어느 해였는지 각 동네 마을마다 징을 쳐서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 이제 큰 물난리가 났다고 생각했었다. 다행히 냇물이 범람하지 않고 조용히 끝나서 한숨을 돌린 적도 있었다.

 

  이번에 내린 집중호우와 폭우사태는 휴전선이 가로지르는 임진강을 비롯해서 중부지방과 서울 도심을 비롯해서 충청지방과 호남, 대전을 거쳐 부산까지 쓰나미 같은 흙탕물로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되었다. 삶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잃은 주민들은 인근 학교나 체육관 등에 임시로 수용되어 있으나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을 했다. 물이 빠지자 처참한 모습들 가재도구들은 어디에서부터 손을 써야할지 몰라서 눈물만 쏟고 있는 이재민들을 차마 쳐다볼 수가 없었다.

 

 이번 사태로 50여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이재민은 6천여 명에 이르고 있다. 무엇보다 인명을 구조하기 위해서 자신의 몸을 바친 소방대원들과 경찰관, 그리고 공무원과 관계자들에게 머리 숙여 진심으로 명복을 빕니다.

 온 세계를 전염병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던 코로나19도 조금은 주춤한 듯하고 태풍5호 장미도 조용히 지나갔다. ‘모든 것은 지나가리라’ 라는 옛말이 생각난다. 언젠가 우리 모두 푸른 가을하늘을 쳐다 볼 수 있는 날이 오리라 생각한다. 그날까지 우리 모두들 힘내어 ‘파이팅’하기를 기원한다.

 

                                                                (2020.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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