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06 16:48
수필이 고마운 이유
김학
나는 수필을 쓰면서 늘 참신한 소재를 찾고자 두리번거린다. 내 5감(五感)의 안테나를 언제나 활짝 열어놓고 글감이 걸리기를 기다린다. 거미줄을 치고 먹이를 기다리는 거미에게서 배운 방식이다.
다행히 참신한 소재를 찾으면 그 소재를 참신하게 해석하려고 지혜를 짜내고, 그 참신한 해석을 참신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쓰는 수필 모두가 다 그렇게 쓰인 것은 아니다. 내 뜻에 맞는 한 편의 수필을 건지면 그날은 나의 축제일이다. ‘하루살이’란 수필을 탈고한 날도 그런 기분이었다.
나는 발명가들처럼 언제나 물음표(?)를 달고 살려고 노력한다. 항상 ‘왜’라는 의문부호를 붙이고 깊이 천착해 보면 무엇인가를 찾아낼 수 있다. 수필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나 허투루 보면 아무 것도 찾아낼 수 없다, 물음표를 들고 궁구(窮究)하면 내가 구하는 답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러기에 나는 그런 자세로 수필을 쓴다. 이 ‘하루살이’란 수필도 나의 그런 방식으로 쓴 글이다.
물음표를 갖고 수필을 쓰다 보면 의문이 의문을 낳고 의문이 의문을 낳아 뜻은 깊어지고, 폭은 넓어져 입체적인 수필이 될 수 있다. 표현은 쉽게 하되 뜻은 깊게 하라는 가르침은 언제나 내 곁에서 나의 이탈을 막아준다. 20대에 만난 수필은 반백년이 넘는 세월동안 깊은 우정을 나누어 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수필아, 고맙다!’란 인사를 한다. 술을 마실 때 건배사를 하라면 나는 ‘수필아’를 예령으로 ‘고맙다!’를 동령으로 활용한다. 수필도 고마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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