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은 사회적 동반자인가

2020.09.25 13:17

이인철 조회 수: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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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조폭은 사회적 동반자인가

이인철







야근을 하다보면 종종 동네에서 힘깨나 쓰는 건달들을 접하게 된다. 들어올 때부터 무언가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주던가 자신의 세를 과시하듯 대부분 말투부터 곱지 않다. 보기에도 험상궂게 신체 곳곳에 문신을 드러내며 주위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한다. 아마 그들 입장에선 관할구역을 감시한다고나 할까? 위세가 당당하다. 그들을 만날 때마다 그저 묵묵히 물건을 파는데만 전념한다. 다투거나 그들의 비위를 건드리면 이로울 것이 없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 때 일이다. 담배값을 인상한다고 미리 예고하는 바람에 한 달남짓 전국적으로 담배파동을 겪었다. 급기야 하루에 한사람당 2갑 이내로 판매해야 한다고 했지만 새벽부터 몰려드는 인파에 몸살을 앓은 적이 있었다. 예전 같으면 3-4일 공급량이 두서너 시간이면 재고가 바닥났다. 희한한 사실은 평소 담배도 피우지 않는 아줌마부대가 물건이 들어오는 새벽부터 아무 담배나 상관없이 보루째 사가는 것이었다. 담배값이 인상된 후 차액을 노리는지 이들 구매자들은 새벽부터 편의점은 물론 담배가게는 모두 싹쓸이 하는 모양이었다. 차림새로 보아 넉넉치 않게 보이는데 계산할 때 보면 5천원권 지폐가 한 웅큼이었다. 당시 사람을 동원해 담배 사재기에 나선 배후가 그들이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배후 인물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채 자정도 되기 전 어느날 현관문 옆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려 나가보니 40대로 보이는 체격이 듬직한 남자가 소변을 보고 있었다. 대로변이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항의를 하니 오히려 "그래서 어쨌다고?" 하며 금방이라도 폭력을 행사할 움직임이었다. 이때 구경하던 30대 여성이 어디다 어른한테 반말을 하냐고 대들었다. 모두가 피하는데 참 당찬분이었다. 결국 경찰이 출동했지만 그들과 말 몇마디 건네더니 돌아가 버린다. 주위의 차가운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주말이면 예식장에서 결혼축하객을 대상으로 답례품을 취급하느라 쉴 틈이 없다. 여기서도 종종 말로만 듣던 조폭들을 만난다. 그 번잡한 예식장 입구를 막아선 채 두 줄로 늘어서 사람이 들어올 때마다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하는데도 예식장이 떠나갈듯 합창이다. 이들의 인사법도 특이하다. 허리를 굽히는 각도에 따라 선후배를 가린단다. 이들의 위압 때문에 그 경사스런 날에 다른 예식손님들은 구석진 곳으로 밀린다. 그런데 항의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이들의 존재를 알기 때문이다.

해마다 언론에도 심심찮게 보도되곤 한다. 구역때문에 패싸움을 하는 이들의 모습이 비쳐지지만 그때뿐이다. 사고가 터지면 대신 옥살이를 하는 대타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 근본적인 소탕은 어려울 게다.

특히 유흥가나 건설분야가 이들의 수입원으로 종종 민낯이 드러나지만 근절되기는 커녕 오히려 사회와 공생하는 모습이다. 이제는 중학생까지 그들의 구성원으로 포섭된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나오지만 사법당국은 아무런 답이 없다.그러니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그들과 유착관계가 끊임없이 제기되지만 항상 유야무야다. 왜 그래야만 되는지 궁금증만 자아내면서 그들은 여전히 사회와 공생하고 있다.

(2020.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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