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비어가 낳은 비극

2020.10.06 21:44

이인철 조회 수:10

11. 유언비어가 낳은 비극

     이인철

 

 

 

 비번인 금요일 오후 꿀같은 휴일이지만 머리가 훌쩍 길어 다음주 근무를 위해 이발소에 들렀다. 60대쯤 돼보이는 이발사 아저씨가 연신 말을 건넸다. 아마 고객에게 지루하지 않게 하려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 아저씨 하는 말아 심상치 않았다. "광주사태 때 북한군이 장교를 비롯해 13명이 내려왔다고, 이들의 임무는 교도소 폭파작업으로 사상범들을 구출해 북으로 데려가려고 왔다가 3명이 죽고 10명은 다시 북으로 넘어갔는데 그중 인솔장교가 진급해 현재 북한고위급 간부라고 연신 설명을 늘어 놓았다." 자신만이 아는 고급정보인 양 말하는 모습도 확신에 차 있었다. 어째서 이런 터무니없는 얘기들이 시중에 나돌까?

 코로나가 지구촌 곳곳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요즘 가짜뉴스는 연일 끝이 없다. 심지어는 코로나균을 일부러 세계에 퍼뜨린 세균전쟁설에서부터 각종 음모론도 등장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집단 감염이 된 어느 종교단체는 코로나균을 일부러 퍼지게 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정부가 확진자를 조장하는 것 같다는 음모론을 주장했다. 

 우리는 유언비어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수도없는 양민이 학살되는 현장을 목격했다. 1992년 보스니아 내전 때 "무슬림들이 정교도들을 살해할 목적으로 방화하고 있다."고  선전했다. 이같은 유언비어로 25만 명에 이르는 무슬림들이 학살되는 참변을 당했다.

 나치의 유대인, 집시의 집단학살사건.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인종청소,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르완다의 종족갈등으로 인한 인종청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양민학살 사건은 모두가 권력욕에 눈먼 정치집단의 유언비어로 인한 양민학살 사건이었다.

 1923년 9월 관동대지진이 도쿄 일원을 덮치자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와 약탈을 하며 일본인들을 습격하려한다."는 유언비어. 이로인해 조선인 6천여 명이 학살된 사실을 기억한다. 물론 이같은 숫자는 지금까지 밝혀진 숫자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제는 국민들은 또 하나의 적과 싸워야하는 힘든 세월을 살아야 할 것 같다. 갈수록 이런 유언비어는 물론 가짜뉴스까지 우리 삶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이것도 표현의 자유인가?

 그들의 탐욕 때문에 국민들은 얼마나 많은 사회적 혼란과 때론 부질없는 적개심으로 시달려야 했던가?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3학년 학생이 기자들에게 쓴 편지가 떠오른다.

 "사실 저는 올해들어서 장래 희망이 바뀌었습니다. 원래 장래희망은 바로 여러분과 같은 일을 하는 직업, 기자였거든요. 저의 꿈이 바뀌게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러분이 인간으로서 지녀야할 최소한의 양심과 신념을 뒤로한 채 가만히 있어도 죽을만큼 힘든 유가족과 실종자가족 그리고 애타게 기다리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국민들에게 터무니없는 분노와 적대감을 키우는 이런 유언비어나 가짜뉴스는 어떻게 차단할지 어떤 대책이 나와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국민들이 너무 힘들고 괴롭기 때문이다.  

                                             (2020.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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