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의 향기, 맛좀 보실래요

2020.10.11 13:11

홍성조 조회 수:14

임실의 향기, 맛 좀 보실래요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홍성조

 

 

 

  가루는 칠수록, 말은 할수록 거칠어지지만, 임실은  가멸차게 자랑거리가 풍부하여 가납사니가 되더라도 말은 하고 보련다. 대표적인 맛의 향기가 나는 것은 치즈마을, 옥정호, 국사봉, 엉겅퀴 등이 있다. 이 모든 것이 달콤하고 향내 내는 임실의 맛인 줄 내 미처 몰랐다. 누구든 게걸스럽게 먹다 보면 그 맛을 모른다.

 

  치즈마을은 고 지정환 신부와 마을 유지들이 힘을 합쳐 이루어낸 결과물이다.  치즈생산으로 군재정의 확충과 관광자원의 마중물로 발돋움하여 일약 임실의 맛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 치즈의 뿌리이며, 화합과 단합으로 이루어진 인정이 샘솟는 바로 그 곳을 말한다.  치즈 맛이 구뜰하여 아동들에게 그 맛을 보여주지만 그 모양만은 깔밋하다. 이런 순순한 맛이 어린애들에게는 더욱 더 인기가 있는지도 모른다.

 

  옥정호는 금린옥척錦鱗玉尺같은 물고기들이 집어등을 켜지 않더라도 수 없이 몰려드는 곳이다. 이곳은 젊은이들에게는 꿈을 주고 나이 드신 어르신들에게는 추억을 머금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노추되지 않도록 발버둥치고 있는 요즈음의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어스레한 새벽에 아늑한 안개가 색채를 머금고 있다가 내뱉는 형상이 아름답다. '야호!' 소리쳐도 허공에서 잠시 맴돌다 묻혀버리는 호수의 물은 청련淸連하여 정감이 높고 창연蒼然하다. 마치 삶의 부스러기를 역겨워하는 호수의 정경이야말로  내 마음과 흡사하다. 달빛을 전신에 휘감는 저녁에는 설핏한 빛이 약하지만 그리움만 더해간다. 호숫가에  어슴푸레하게  떠오르는 불빛으로 이루어진  어촌의 모습은 아련하기만 하다. 요즈음 코로나가 창궐하여 코로나 블루가 생길 때에는 호수를 찾는 것이 어울릴지도 모른다. 방학 때는 호수의 얕은 곳에서 어린아이들의 자맥질이 분주하다. 누구든 청춘 때에는 호숫가의 추억들이 스멀거려 감회가 새롭게 생각난다고 한다. 누가 추억은  그리움의 산실이라고 했던가? 낮에 햇빛이 호수를 비추면 물고기들이 공중 부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느 누가 말했듯이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빗방울만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미련없이 비워버리는 심오한 마음을 옥정호수의 어부들은 아는지 모르겠다. 오롯이 고기배가 넘나들 때만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 같다.

 

 꽃구름이 흩어지듯 여기저기에 형태가 보인 봉긋봉긋한 해발 475M의 국사봉의  산비탈은 사시사철 형형색색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어린 시절의 고향 풍경이 아스라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국사봉은 도도하지만 고고함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국사봉의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붕어섬은 떠 있는 운해처럼 보였고, 국사봉의 자드락길에서 소슬하게 부는 바람이 내 온몸을 휘감기도 한다. 산악인들에게는 고즈넉한 산길을 걷는 것도 소소한 바람소리를 맞으며 느끼는 것도 일품 중 일품이다. 국사봉에서 여기 저기 샅샅이 톱아 보면 고사리 싹이 주먹을 모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국사봉 산행을 하다보면 이 세상 사람들이 칡뿌리처럼 얼기설기  얽혀있는 인연을 실감하게 된다. 즉 시절인연時節因緣을 생각나게 한다. 혹자가 말한 것과 같이 산행 중에 발에 채인 돌을 만나면 약자는 그것을 걸림돌이라고 하고 강자는 디딤돌이라고 하는 철학이 숨겨져 있기도 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살아있음을 찬양하며 생명에 대한 감사가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는 오수 엉컹퀴의 향내는 나의 오장육부를 흔들어놓는다. 다른 사람에게는 시답지 않게 보이지만 나에게는 의미가 있는 약초이다. 이 약초는 둥근 봉오리를 앙증스럽게 나타내어 생김새가 탐스럽다. 혈액응고와 간 해독 작용을 한다. 소담스럽지는 않지만 앙증맞게 생겼다. 맛을 보면 씁쓸하지만 약효의 덕으로 견뎌낸다. 어린 잎은 나물로 먹고 전체를 말려서 약용으로 쓰기도 한다.

 

   비블이라, 이런 향기나는 임실의 맛을 싫다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2020.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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