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어져 가는 청소년들

2020.10.17 02:49

이인철 조회 수:14

21. 거칠어져 가는 청소년들

     이인철

 

 편의점에서 물건관리를 하다보면  없어지는 물건들이 상당량이다. 3개월마다 재고조사를 할 때면 어떤 때는 모자라는 물건이 너무많아 어쩔수 없이 현금으로 채우곤 한다. 처음에는 알바들이 계산을 잘못해서 그런가 했다.그런데 어느날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여학생과 꼬마손님 4명이 몰려왔다. 각자 뿔뿔이 흩어져 물건을 고르느라 분주했다. 한참 후 이들 4명이 고른 것은 5백원짜리 껌 한통이었다. 아이들이 나가고 난 후 카운터를 돌아보니 일회용 라이터 한 개가 없어졌다. 라이터가 수도없이 많이 없어져 항상 가득 채워놓기 때문에 금방 알 수가 있다. 뒤쫒아가 라이터를 회수하고 앞으로는 절대 그런 짓을 하지 말라고 단단히 일렀지만 무언가 꺼림직했다. 왜 어린소녀들이 라이터가 필요했을까? 어린 소녀들이 뿔뿔이 흩어져 물건을 고르는 척한 것은 주인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임무수행이었다는 사실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어폰, 핸드폰 충전기 등 고가품도 심심찮게 없어져 아예 진열대에서 카운터 뒤쪽으로 옮겼다. 한편으로는 사춘기에 한 번쯤 장난으로 그치겠지 했지만 같은 일이 상습적으로 되풀이되면서 이제는 도둑과의 전쟁이 되었다.

 매주 일요일이면 인근 초등학생들이 떼로 뭉쳐 다닌다. 점심때가 되면 편의점 휴게실로 몰려 삼삼오오 컵라면을 먹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 이 꼬마 손님들이 다녀가고 난 후 휴게실은 상상을 초월한다. 다음 손님이 앉을 자리가 없다. 휴게실 탁자마다 라면찌꺼기 등 음식물 찌꺼기가 여기 저기 흥건히 묻혀있다. 음식물 쓰레기통 주변은 온통 라면찌꺼기로 범벅이 돼 있다. 그래서 휴일날에는 다른 손님들 때문에 휴게실에서는 가급적 어린아이들에게 라면을 팔지 않기로 했다.

 또 휴일날이 돌아오자 어김없이 초등학생  대여섯 명이 찾아왔다. 그래서 다른 손님들 때문에 휴일에는 시식용 컵라면은 팔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들은 다른데로 가자며 나갔는데 잠시 후 한 어린이가 출입문에 목을 내밀면서 "이 집 구석 다시는 안 와."라고 소리치더니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얼마 전 어떤 젊은이가 점원이 왜 카운터에 서 있지 않느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일이 생각난다.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예의범절조차 무시하며, 오직 자기만을 위해서 살아기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슬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한번은 대낮에 길 건너편 편의점에서 경찰 순찰차가 출동하고 시끌벅적해 나가보니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미성년자가 점원에게 행패를 부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신에게 술을 팔지 않는다고 진열된 상품들을 발로 차고 고함을 지르는 등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국 경찰이 와서야 겨우 제지됐다. 

 이런 모습은 이젠 도심지 밤거리에서는 흔한 일이다. 며칠 전 동네 어르신의 얘기가 생각난다. 친구가 밤길을 가다 학교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들에게 훈계를 했다가 봉변을 당했다는 얘기였다. 언제부터인가 이젠 밤거리는 이들 청소년들의 거리가 된 듯한 느낌이다. 어른이 지나가건 말건 이성끼리 껴안고 격렬한 몸짓을 하는 청소년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으슥한 골목마다 보란듯이 담배를 꼬나물고 있는 청소년들이 있다. 마을마다 들어선 모정은 이들의 음주파티장소로 빼앗긴 지 오래다. 그러나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못한다. 그저 못본 척 지나쳐야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젠  나이 들어서 어른들이 해야하는 가르침의 책임마저 빼앗긴 것같아 허전한 마음 달랠 길이 없다. 

                                                                     (292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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