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간과 우주화장실

2020.10.28 14:04

구연식 조회 수:4

측간과 우주화장실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구연식

 

 

   

 신진대사(新陳代謝)란 생명 유지를 위해 생체 내에서 이루어지는 물질의 화학 변화다. 외부로부터 섭취한 물질을 합성이나 분해를 통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로 바꾸고 불필요한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원활한 신진대사가 없으면 모든 생명체는 유지가 불가능하다.

 

 인간의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장소를 요사이는 화장실(化粧室)이라 부르고 있으나, 그 이름도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여러 가지로 표현했다. 사찰에서는 해우소(解憂所)로 표시한다. 성역과 오물 장소를 구분하여 절 경내와는 아주 멀리 설치했다. 민간에서는 뒷간(-, 뒤쪽에 있는 방), 측간(側間, 옆쪽에 있는 방), 변소(便所, 배설물을 처리하는 곳)라고도 부른다. 요사이는 이곳에서 세면을 하거나 간단히 얼굴 화장이나 옷매무새를 고치는 장소로도 쓰인다 하여 화장실(化粧室-toilet, 문화어 : 위생실)로 표시한다.

 

 조선시대 임금의 화장실은 좌식변기 형태인 매화틀이 있었고, 임금의 똥은 미사여구를 써서 매화라 불렀으며, 배변을 돕는 복이 나인이 항상 시중을 들었다. 복이 나인은 똥의 농도와 색깔 등을 수시로 확인 전의감에 보고하여 임금의 건강 상태를 판단하여 처방했다 한다. 우리나라의 화장실 문화는 6.25 한국전쟁까지만 해도 UN군들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단다. 한국 전통 한옥은 화장실이 밖에 있어, 늦은 밤 화장실에 가는 것이 쉽지 않아 방마다 요강단지란 용기를 사용했다. 지금은 거의 없어졌으나 시골 장터에서는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 요강단지를 보고 처음에는 실내 가습기(加濕器)로 착각했다 한다. 그 당시 농촌에서는 요소비료(尿素肥料)가 부족하여 행인들의 소변을 모아서 요소비료로 대신했던 노천변소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한다. 드럼통만한 큰 항아리를 묻고 달랑 널빤지 두 개를 가운데 걸쳐놓아 그 위에서 마치 스키 타는 자세로 쪼그리고 앉아서 용변을 보게 했는데, 지붕이 없거나 있어도 빗물이 같이 고여 있어 개구리, 뱀도 그 안에서 같이 헤엄치고 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전통 화장실문화를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은 수원에 있는 해우재라는 전시관이 있어 국내는 물론 외국 사람들도 많이 찾는 곳이 다.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이슈로 취급되지 못한 화장실 문제를 공론화하고 그 문제 해결을 위해 전 세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지로 마침내 화장실 문제를 국제무대에서 다루는 민간 국제기구인 세계화장실협회(WTA)를 창립한 미스터 토일렛 심재덕씨(당시 수원시장 역임)를 중심으로 만든 해우재가 있다. 이런 화장실 문화가 최근에는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 공중화장실은 외국 여행객들이 평가한 점수에서 단연 최고여서 많은 국가에서는 한국의 공중화장실 유지 관리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고대국가 시절 로마는 인구가 집중되어 무엇이든지 대형화되어 화장실도 칸막이 없이 원형극장의 관람석처럼 수십 명이 각자 변기에 뚫린 돌의자에 앉아서 볼일을 보았다. 소변에서 받은 오줌은 발효하고 정제하여 대형 세탁소의 세제로 활용했단다. 벽돌 문명과 고대 인류의 도시 발상지로 유명한 하라파와 모헨조다로(지금의 인도와 파키스탄쯤에 위치)에는 배설물을 떠내려 보내는 장치가 있는 즉 수세식 화장실이 있었다는데 바로 많은 인구가 도시에 집중되어 다행히 배설물 처리는 큰 강을 끼고 있어 가능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중국 황실의 변기는 우리와 대동소이하다. 매화틀 대신 호랑이가 엎드린 상태로 고개를 들어 입을 벌리면 그 속에 오줌을 누었던 소변 항아리는 호랑이의 머리 모양을 갖추게 되어서 사람들은 그 항아리를 호자(虎子)라고 부르게 되었단다.

 

 루이 14세가 베르사이유에 호화로운 베르사이유 궁전을 짓고 각 지방의 영주들을 불러 이 궁전 안에 약 5천 명이 살게 하였다. 루이 14세가 살던 파리의 루블궁전을 버리고 베르사이유 궁전으로 옮긴 이유는 루블궁전이 오물로 뒤덮여 더 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단다. 그래서 새 궁전에는 화장실이 없었다고 한다. 물론 루이 14세 전용 화장실은 있었다. 당시 궁전을 출입했던 수많은 귀족이 그들의 배설물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상상하면 그저 아찔할 뿐이다. 그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건물의 구석 벽이나 바닥 또는 정원의 풀숲이나 나무 밑을 이용했다고 한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땅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일은 산 호랑이 눈썹 빼 오기였으며, 하늘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별을 따오는 일이라 했는데, 현재는 산 호랑이 눈썹도 빼 오고, 하늘의 별도 따오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하늘의 별을 따오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인의 '배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만 달러(3500만 원)의 상금을 걸고 아이디어 공모에 나섰다. NASA에 따르면 우주선이 궤도에 도착한 후에는 우주선 내 화장실에서 크고 작은 용변을 해결할 수 있고, 국제 우주정거장(ISS) 내에도 특수 화장실이 있단다.

 

 그러나 지구에서 발사돼 궤도에 진입하기 전과 다시 지구로 귀환해 착륙하기 전, 그리고 우주를 유영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우주복 안에 기저귀를 착용해야 한단다. 앞으로 달이나 화성에 우주인이 가게 되면 기저귀만으로는 볼일을 해결할 수가 없게 되어 NASA"우주에서 배설물이 잘못 처리되면 우주비행사에게 해를 끼치고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다"라고 우주 똥 챌린지'(Space Poop Challenge)라고 이름 붙은 3만 달러(3500만 원)의 상금을 걸고 아이디어 공모에 나섰다참으로 아이로니컬한 세상이다. 하늘의 별을 따오는 우주선 속에 완벽한 배변 시설이 없다니 말이다.

 

 측간에서 출발한 우리의 화장실문화는 세계 여러 나라의 롤 모델의 벤치마킹 국가인데 왜 정치만은 요 모양 요 꼴인지 울화통이 터진다. 차제에 정치의 신진대사를 위해 정치의 노폐물을 말끔히 쓰러내는 정치문화가 정립되었으면 한다.

                                                                        (2020. 10. 28.)


crane43%4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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