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그 너머를 보더

2020.11.19 21:47

한성덕 조회 수:59

죽음, 그 너머를 보다

                                                                           한성덕

 

 

 

  요즘은 한 편의 수필을 쓴다는 게 쉽지 않다. 지난 8, 충남 논산시 양촌면 ‘양촌수양관요양원’에 사회복지사로 출근하면서부터다. 사실, 명분은 복지사지만 요양원의 담임목사인 원목이다. 다른 요양원과 달리, 매일 두 번(오전 8, 오후 4)의 예배에서 설교를 하고 있으니 새로운 목회를 시작한 셈이다.  

  이스라엘의 왕, 불세출의 지도자 다윗에게 셋째아들 압살롬이 있었다. 그가 아버지에게 칼을 겨누며 쿠데타를 일으켰으니 얼마나 못된 자식인가? 왕좌를 찬탈하고, 왕국의 존재를 근본적으로 깰 분열의 씨앗이었다.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고 꼴값을 떨었다. ‘죽어도 싸다’고 할만 하다. 결국 왕자는 다윗의 장군에 의하여 주살(誅殺)되었다. 아비로서는 ‘앓던 이가 쏙 빠졌다’고 좋아할 법도 한데, 그 소식을 접한 다윗은 가슴을 치며 성문 누각에 올라가 대성통곡을 했다.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 내 아들 압살롬아, 차라리 내가 너를 대신하여 죽었더라면, 압살롬 내 아들아 내 아들아”하고 말이다. 그래서 자식은 먼저 보낼 수 없는 존재요,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 않던가?

  한국기독교계에는 존경받는 목회자들이 많다. 지구촌교회 이동원 원로목사님도 그 중 한 분이다. 미국에서 국제변호사였던 차남이 지난달 943세로 세상을 떠났다. 아들의 투병과 죽음을 통해 경험한 감사의 사례를 밝혔다. 유머가 많았던 아들 때문에 기뻤던 일, 단 한 번도 불평 없이 자란 아들, 자랑할 만한 며느리와 애교덩어리 손자를 남겨준 일, 게임을 퍽 좋아하더니 게임변호사가 된 점 등, 추억을 갖게 한 아들에게 고마워했다. 그래도 ‘얼마나 가슴이 쓰라렸을까?’ 서른 한 살 된 셋째 동생이 교통사고로 숨졌을 때, 그토록 비통해 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에서 나도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국내 최고령 현역 의사가, 얼마 전에 94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마지막 순간까지 중증 치매환자들을 돌본 기독교 신자였다. 그분은 ‘힘내, 가을이다. 사랑해!’라는 세 마디 말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참으로 존경받는 분이요, 아름다운 마침으로 귀감이 되고 있다. 그처럼 위대한 생애는 아니더라도, 죽음만큼은 깔끔하게 마무리 하고 싶은 게 모두의 바람이 아니겠는가?

  손양원 목사님의 갸륵함도 있다. 여수순천반란사건 때 동인, 동신, 두 아들을 잃었다. 좌익에 빠진 친구에게 타살되었으니 그런 원통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 애절함을 삭이면서 10가지를 감사했다. 그리고 두 아들을 죽인 원수를 양자로 삼았다. ‘한국의 성자’라고 불리는 이유다. 세 분의 삶이 참으로 고결하다. 죽음 그 너머를 바라본 예지(叡智)를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성경은, ‘한 번 죽는 것이 사람에게 정해진 이치’라고 했다. 기독교 초기의 역사는 잔혹하기 이를 데 없다. 조롱과 멸시와 천대는 오히려 감사할 정도다. 수없는 채찍이 가해지고, 결박된 채 옥에서 갖은 고초를 다 겪었다. 돌에 맞고, 물과 불속에 처박히고, 기름 가마솥에 던져졌다. 몸을 톱으로 켜는 일, 목을 밧줄에 매는 일, 참수형에 처해지는 일,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리는 일, 양과 염소의 가죽을 입고 유리하는 일, 몸을 돌에 달아서 바다에 처넣는 일 등, 극한 학대와 처형을 당했다. 참으로 뼈아픈 일이다. 죽음, 그 너머를 바라 본 자들의 순교다. 비단 기독교만 그러한가? 모든 종교에서 사후세계를 말함은 주지(周知)의 사실이다. 다만, 참 신의 가르침이냐, 거짓 신이나 사이비 종교의 가르침이냐 그것만이 다를 뿐이다.

 

  그 어려운 중에서도 수필을 낳았다. 산고라면 좀 거창하고 너스레를 떠는 표현이지만, 수필을 쓰는 시간이 행복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2020. 11. 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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