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도 갑질 대열에 서다

2020.11.20 23:14

이인철 조회 수:16

. 일반인도 갑질 대열에 서다

   이인철

 

 


  문재인 정부들어 갑질이 화제다. 어느 항공사는 전 회장 부인을 비롯해 두 딸이 갑질 문제로 대국민 사과는 물론 법의 심판대까지 오르는 수모를 겪었다. 어느 프렌차이저 회장도 갑질에 연루돼 네티즌들이 불매운동에 나서는가 하면 검경수사가 한창이다. 어디 그뿐인가? 충남에서는 도의원이 공무원에게 막말 논란을 빚었고, 최근 서울과 대전 일부 아파트에서는 사고 위험과 안전을 이유로 택배기사를 향한 도에 넘은 갑질이 사회적 갈등을 빚고 있다.

 요즘 부쩍 갑질 사례가 사회적 관심을 끄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지금까지는 윗사람이 시키면 어떤 부당한 일이라도 말없이 견뎌왔던 상명하달식 군사문화에 익숙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이제는 사회적 약자들이 직접 갑질 근절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편의점에서 근무하다 보면 일반 국민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 갑질에 익숙해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찾아오는 고객 상당수가 반말은 예사고, 무례한 행동이 다반사다. 더구나 일부 고객들은 계산할 때 돈을 던지곤 한다. "얼마입니까?" 하면서 지폐를 한 장씩 카운터에 던져야 속이 시원한 모양이다. 대부분 60을 넘은 어른들이지만 요즘은 술에 취한 젊은이들도 어른들의 모습을 흉내 내는 모양새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홀대받던 조선시대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이뿐이 아니다. 한창 고객이 밀리는 시간이면 가져온 물건을 툭툭 던지는 젊은이들도 쉽게 눈에 띈다. 여러 명이 뭉쳐 다니면 꼭 이런 사람들이 한두 명씩 낀다.

 어느 날 저녁 시각, 20대쯤 보이는 젊은이 4명이 가져온 물건을 계산하고 있는데 갑자기 일행 중 뒤늦게 들어온 친구가 고른 빵을 계산대에 툭 던졌다. 깜짝 놀라 쳐다보니 자신의 행동이 아주 당연한 듯 오히려 왜 그러느냐며 항의하는 모습이었다. 다행히 일행 중 한 명이 상대방의 뒤통수를 치면서 혼내며 나에게 정중히 사과를 했다. 이런 현상은 사회적 약자라고 칭하는 계층에서 더욱 심하다. 그래서 이들이 술에 취하는 자정이 넘어서면 근무자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 시각에 들어오는 사람 상당수는 "여봐!" 소리로 시작된다. 근무자가 속이 상해 얼굴 표정이 굳어있다 싶으면 더욱 기고만장이다. 물건을 툭툭 던지는 것은 예사고 지폐를 한 장씩 날리는 사람도 종종 볼 수 있다. 고객들이 밀리는 바쁜 시간이면 꼭 무엇을 데워오라든지, 또는 원하는 물건을 찾아오라든지 하며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기도 한다.

 B 번인 어느 날 새벽, 야간근무자가 갑자기 전화를 해 뛰쳐 달려가 보니 옷차림이나 그 시각에 술에 만취된 것을 보니 유흥업소 종업원 같았다. 고객에게 대하는 태도가 잘못됐다며 근무자를 닦달하는 모습이었다. 아마 그날은 상사에게 꾸지람을 받은 날인가 싶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는 속담처럼 사회적 약자들도 그들 상사에게 당한 그대로 자신들이 생각하는 만만한 계층에 아주 자연스럽게 갑질을 연출한다. 누가 말했던가? 고객은 왕이라고. 편의점 종업원에게는 견디기 힘든 갑질의 대명사다.

 갑질은 이제 대기업 사장만의 몫이 아니다. 나는 고객이기 때문에 점원인 너에게는 함부로 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 공교육이 무너지면서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의 잘못된 습관, 윗사람과 동년배도 구별하지 못하는 가정교육의 부재로 이제 갑질은 국민 사이에도 서서히 자리 잡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2020.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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