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도 고객인가

2020.11.28 23:08

이인철 조회 수:10

13. 애완견도 고객인가

                                                         이인철

 

 

 

  밤 12시가 넘어선 주말 밤이었다. 술에 취한 고객이 점차 늘어나는 시간이다. 이때 한 젊은 여성이 애완견을 안고 가게문을 들어섰다. 물건을 고르면서 애완견을 살포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보기에도 귀엽게 생긴 애완견은 연신 꼬리를 흔들며 이곳저곳을 살피더니 물건마다 냄새를 맡으며 가게 안을 돌아다녔다. 냉장 아래쪽 매대는 대부분 즉석용 음식물이 차지하고 있지만 애완견은 신기한 듯 식품 하나하나 냄새를 맡으며 감상하고 있었다. 다른 고객이 볼까 봐 서둘러 애완견 주인에게 시정을 요구했다. 사람이 먹는 음식에 개를 풀어놓으면 되겠느냐고 말하자 이 젊은 여성은 마치 자기 자식에게나 하는 것처럼 애완견을 보듬고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현관문을 부서저라 발로 차고 나가버렸다. 아마 애지중지하는 애완견을 무시했다는데 항의 표시인 것 같았다. 매주 심심찮게 일어나는 일이다.

 가슴에 보듬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는 업고 다니는 사람도 등장한다. 가게를 둘러싼 담벼락을 지나치다 보면 한쪽 발을 들고 있는 애완견이 왜 그리 많은지. 아마 영역 표시를 하는 모양이다. 퇴근길에도 애완견과 함께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이젠 흔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저기 애완견들의 배설물이 널려 있지만 치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모처럼 휴일 집 근처 시민공원을 찾았지만 금세 후회한다. 공원에 "애완견의 입장을 삼가주십시오."라는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지만 여기저기 뛰노는 애완견들이 많아 정작 사람은 뒷전이다. 

 새벽녘 공원운동장은 버려진 유기견들의 모임 장소다. 어디서 몰려오는지 십여 마리씩 떼지어 다닌다. 그중에 대장으로 짐작되는 개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아마 버림받아서인지 자기 보호능력에 민감하다. 이 개들을 보고 있노라니 한 달여 전 큰 개에게 물린 기억이 떠올랐다. 새로  산 바지를 입고 시내 주택가 부근을 지나다 갑자기 큰 개의 공격을 받아 바지가 찢겨버렸다. 개 주인의 도움을 받아 병원까지 달려가 난생처음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았다. 이같이 애완견으로 키우다 버려지는 개만도 한 해에 10만 마리나 되며 이 가운데 포획돼 안락사되는 개는 2만여 마리로 그 비용만도 한 해 백억 원 이상 소요된다고 한다. 

 반려동물로 애완견이 인기를 끌다 보니 요즘에는 수요가 부쩍 늘면서 애완견의 관리도 점차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뒤늦게 애완견 신고제에다 각종 제재가 잇따르지만 크고 작은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어느 연예인이 키우는 애완견이 고라니를 보고 담장을 뛰어넘어 나물을 캐던 이웃집 80대 할머니를 물어 숨지게 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제는 반려동물도 천만 마리 시대다. 최근 들어 반려동물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편의점에도 각종 반려동물 용품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각종 목욕용품은 물론 먹거리도 다양하다. 요즘에는 반려동물 화장장은 물론 추모공원까지 성업 중이다. 특히 반려동물을 더 아름답게 가꾸려고 각종 옷가지는 물론 미용과 발톱까지 단장해 주는 애완견센터도 점차 늘어나면서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먹고살기가 힘들어지면서 새벽녘이면 박스를 줍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애완견만큼 대접받지 못하는 어른들의 모습에 왜 이리 서글퍼지는지 모르겠다.

                                                                         (2020.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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