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품

2020.12.05 12:35

하광호 조회 수:1

물거품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하광호

 

 

 

 긴급재난문자가 왔다. ‘삑~’하고 하루에도  열 번 이상 울린다. 깜짝 깜짝 놀란다. ‘어디서 코로나19가 또 걸렸나?’ 긴장의 연속이다. 거리 두기 철저, 손 소독, 마스크 쓰기는 기본이다. 확진자 발생 방문소독과 접촉자 역학조사 중이란 멘트가 문자로 오니 내심 불안하다.

 

 봄부터 시작되었던 코로나19가 한때 잠잠해지더니 요즈음 확대되는 추세다. TV뉴스에 눈이 간다. 각종 모임도 취소했다. 마스크가 효율적 방지라 하니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유일한 낙은 집에 머물며 보내오는 수필집에 빠지고, 메일 속 작가의 글에 흠뻑 도취되어 자신의 미숙함을 돌아볼 뿐이다. 코로나19로 세상은 분명히 바뀌었다. 생활의 변화로 오래된 연식의 자동차가 사거리 신호등에 걸려 멈췄다.  

 

 돌아보니 그동안 내 삶은 사통오달로 순탄했다. 그동안 더 빨리 더 쉽게 길을 택하여 달리곤 했다. 공무라는 외길로 한 길을 걸어왔으니 그럴만하다. 2의 삶에는 작물의 진심을 배웠고 과수원에서 상생을 배웠다. 그동안 진안군의 고마움에 보답코자 봉사를 시작했다. 진안군선거관리위원회 위원으로, 군정소식지 소통위원으로, 진안군수 공약사항 이행 배심원으로. 재전진안읍향우회 사무국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필요한 자격증 취득으로 몸살을 앓았고, 삶의 기본인 인성인문예절을 이수했다. 나는 매일 생의 소풍 중이다. 느끼는 감정은 다르지만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어김없이 새 하루를 맞이한다.

 

 코로나19로 요즈음 유일한 활동은 걷기운동이다. 오늘은 늦가을을 보내기 싫어 어둠이 가시기 전 건지산에 올랐다. 촉촉한 물기가 땅을 적셨다. 어제저녁 천둥 번개가 번쩍였다. 소로 길을 따라 걷는데 새벽녘 산 위로 오색영롱한 무지개가 떠올랐다. 구름사이로 비춰진 아름다운 색색의 무지개였다.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가지 색을 띤 모습이 새로웠다. 아내에게 담아주고 싶어 스마트 폰을 연속 눌렀다. 오늘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다. 어릴 때 살았던 고향인 진안읍 은천마을에서 무지개를 따라 친구들과 함께 목골의 산너머까지 가보곤 했던 기억이다.

 

  편백나무는 피톤치드 물질을 내어준다. 상수리나무는 상수리를 내주어 묵을 먹을 수 있게 도와 준다. 숲속은 마음의 거울이다. 명상 속에 나를 비춰주고 북돋아주고 반성과 성찰로 새로움이 그려지게 하는 곳이다. 산길을 걷다보면 나무들과 속삭이고 다람쥐 움직임에 눈도 따라간다. 까치들도 노래하며 주변을 산책하는 듯싶다. 산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수시로 만나야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높은 산에 오른 뒤에야 삶의 존재를 알 것만 같다. 산 위에서 내려다 보면 인생살이는 단풍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풍은 곱다. 온 산야의 나무들이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에 감탄의 연속이다. 입동이 지나고 절기가 바뀌니 나뭇잎이 떨어져 바람에 흩어졌다. 곳에 따라 땅의 자양분이 되지만 때론 발에 밟히고 차에 치이는 등 푸대접이다. 봄에 새싹으로 잉태하여 녹색의 분으로 치장하고 온갖 세태를 견디며 자라더니 삶을 다했는지 단풍이 된다.

 

 도전에 가장 큰 걸림돌은 주저함이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은 용기다. 에드워드 기번은 “우리는 자신을 이김으로써 자신을 향상시킨다. 자신과 싸움은 반드시 존재하고 거기에서 이겨야 한다. 시시 때때로 긴급재난문자에 화들짝 놀라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의료현장에서 묵묵히 수고하는 분들이 수고하고 있음을 안다. 큰 시련의 삶의 고통을 이겨내면 삶도 그만큼 성숙되어 수월해질 것이다. 인생살이도 그렇겠지만 어려움 없는 인생이 어디 있던가? 밀려오는 파도가 아무리 커도 결국은 물거품으로 사라지고 만다.

                                                                         (2020.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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