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필가

2020.12.05 13:16

김세명 조회 수:3

나는 수필가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세명

 

 

   2001년도 12월 말이면 35년간 정든 직장에서 정년퇴직해야 했다. 문사가 되고 싶어 고하문학관(지도교수: 최승범)에서 수필 공부를 하여 작품을 낸 것이 20015,6월 대전 홍인호텔에서 <수필과 비평> 53회 신인상을 받고 수필가로 등단했다. 그해 91일에 『업()』이란 수필집을 내고 전주상공회의소 5층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그날은 내가 35년 전 처음 공무원 배명을 받은 날이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정년퇴임식을 겸했다.

  내가 수필집을 낸 건 직장을 정리하고 새출발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있어서였다. 당시는 전직 경찰이라면 '저 사람 순경했어!'라고 멸시하는 말이 듣기 싫었기 때문이다. 문사가 되고보니 수필가는 그리 대단한 문학가도 아니었다.

 등단이후 많은 문학단체에 가입하여 활동했으나 적응하기 어려웠고 기대에 차지 않았다. 모든 문학 단체를 정리했다. 한 동안 절필하다가 쓸수록 어려운게 수필이라 3년 전부터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에 등록했다. 수필을 쓰는 것은 작가의 몫이나 발표 후엔 독자의 것이다.  문학적 감동을 주는 좋은 수필이 되려면 합평회와 많은 퇴고를 거쳐 글다운 글로 독자의 공감을 받아야 한다. 책을 내고 상을 받았다고 좋은 글도 아니고, 학벌이 좋고 문학을 전공했다고 좋은 글을 쓰는 것도 아니다. 마음이 맑아야 좋은 글이 나온다. 나를 내세우면 신변 잡기가 되기 쉽다. 글을 쓴다는 것이 고통이라면 아예 쓰지 말 일이다. 그러나 내 안의 삶에 대한 고뇌와 애정이 있는 한 글은 내가 사랑하던 과거이기도 하다. 이미 과거가 현재로 다시 탄생하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중견작가도 한 줄의 글을 쓰려고 엄청난 퇴고도 하고 헤밍웨이도 18년에 걸쳐 『노인과 바다』를 썼다고 고백하지 않았던가? 아무런 보수도 없지만 나는 겸손한 마음으로 수필을 쓰려고 다짐한다. 내 손을 떠난 삶의 흔적은 카타르시스가 되니, 나 자신을 위해서 쓰는 게 수필이 아닐까 싶다.

 

                                                        (2020.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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