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2020.12.14 12:38

하광호 조회 수:9

나의 일상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하광호

 

 

 

 불안의 연속이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와 전쟁 중이다. 보이지 않는 괴물에게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 생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자고나면 온통 TV로 눈과 귀가 쏠린다. 고통스러운 것이어서 더더욱 그렇다.

 

 지금까지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그동안 새벽인간으로 생활했지만 좋아하는 테니스운동도 하지 못하고 모임도 다 취소했다. 활동도 줄였다. 새벽마다 가까운 건지산, 오송제, 장군봉, 덕진공원, 황방산을 찾아 속살을 내어주며 걸었다. 새로운 날의 연속이다. 집에 머무는 것이 다반사다. 창가로 따뜻한 햇볕이 환하게 내렸다. 보름 전 화분을 거실로 옮겨놓으니 실내가 정원 같다. 화려하지도 않은 군자란은 잎을 주로 관상하는 관엽식물이다. 긴 꽃대 끝에 여러 송이가 함께 피는 꽃모양이 매우 아름답다. 지난해도 거실에서 활짝 꽃을 피워 눈을 호사하게 해주었는데 눈길이 자주 갔었다. 겨울에 꽃을 연상하니 마음까지 설렌다.

 

 고향선배로부터 문자가 왔다. 어머니가 운명하셨다는 내용이다. 요즈음 장례식장에 갈 수도 없고 문자로 대신하니 도리가 아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나를 그렇게 예뻐해 주셨는데 하늘나라로 가셨다. 내 고향이 그립다. 초등학교 다니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사리고개를 넘어가면 은천초등학교가 보인다. 도로변에 있는 벚나무에 벚이 익을 때는 나무에 매미가 되어 입이 빨갛게 물들기도 했었다. 한아름에는 은행나무가 학교 교정에 나란히 서 있어서 풍경이 아름다웠다. 지금은 학교가 폐교되고 예술촌으로 바뀌었다. 은천초등학교는 나의 선배들이 다녔고, 형과 나 그리고 후배들도 책보를 어깨에 둘러메고 다녔던 학교다. 그곳은 나의 꿈을 키우던 터전이었다.

 

 그 당시 마을입구 위쪽에는 점방이 두 개가 있었다. 길 건너에는 소향년 동창의 집이고 안쪽은 장성익 선배의 점방이다. 옆에는 송현진 동창의 초가집이고 길 건너에는 복숭아과수원이다. 시냇물이 흐르는 소하천을 따라 50여 미터 아래는 송정님 동창초가집이 있었다. 신작로는 비포장이어서 흙바람과 점방 안에서 새어나오던 술 냄새가 상큼했었다. 해가 뉘엿뉘엿 할 때는 어른들이 항상 북적였다. 나도 이곳에서 연필 칼 지우개 색종이도 사고 먹고 싶은 빵도 사서 군것질도 했던 곳이다. 그 당시 운반수단은 유일한 게 우마였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말도 키워 하천 뚝 쌓기 위한 돌을 운반 하였고 산판 뒤 원목을 실어 나르던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지금은 모두 헐리고 주변이 밭으로 변했고, 과수원은 집으로 변했다. 어려움이 많던 그 시절의 고향 추억이 새록새록 묻어난다.

 

 지난해 봄날에는 모임에서 선유도에 갔었다. 새만금방조제가 개통되고 군산에서 선유도를 잇는 대교가 완성되자 선유도는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활기가 넘쳤다. 선유도만 돌아보려고 했으나 우뚝 솟은 전망대 위는 짚 라인이 보여 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회원들 의향을 물어보니 13명 중 4명만 신청했다. 나도 4명 중 한 명이다. 막상 전망대 밑에서 위를 보니 엄청 높았다. 체험동의서에 서명하고 안전장구를 착용, 설명을 들은 뒤 전망대 위로 올라가 펼쳐진 바다를 보니 아찔했다.

 

 길이도 700미터다. 45미터 위에서 밑을 보니 감감했다. 괜히 신청했다는 마음도 들었지만 옆에서 함께한 회원은 나보다 세 살 위로 위안이 되었다. 그래도 태연한 척했지만 공포의 시간이었다. 처제는 “아름다운 선유도를 즐기고 오셨네요. 짚 라인 타는 용기를 보니 우리형부 젊은 형부”라는 문자가 왔다.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혼자 가려니 무섭고 소름이 돋는다. 보이는 것은 높은 파고가 치는 깊은 바다에 떨어지면 어쩌나 상상하니 무섭고 고독했다.

 

 긴급재난문자에 화들짝 놀랐다. ‘날짜 시간대 음식점 방문자는 선별진료소 검사바랍니다.’ 엊그제 300명이던 신규 확진자만 1,000명이 넘었다는 뉴스다. 하루의 일상은 녹록치 않다. 이 생활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두려움으로 하루하루가 힘겨운 나날이다.

                                                                 (2020.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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