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도리

2021.01.08 21:11

윤근택 조회 수:17

 요리도리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시내 철물점에서 철제(鐵製)‘요리도리’를 하나 샀다. 농막 뒷켠에 자리한 숯골못[炭谷池] 둑에, 풀을 뜯기려 매어놓은 어미염소의 고삐가 자주 꼬여서 ‘꼬임방지용’으로 고삐 중간에 달기 위해서. 사실 아가염소들은 어미염소를 졸졸 따르기에 목줄조차 여태 아니 채워주었지마는... .

  단돈 일천 원에 불과한 ‘요리도리’이었건만, ‘고삐이음’을 마치고 보니, 돈의 가치 아니, 재화(財貨)의 효용(效用)을 새삼 느끼게 된다. 내가 무슨 재주로 그처럼 정교하고 쓸모 있는 도구를 그 적은 비용으로 만들어낼 수 있으랴! 이러한 이유로, 나는 죽는 그날까지 돈을 벌 것이며, 근면검소하게 살 것이다.

  나의 신실한 애독자 여러분께 ‘요리도리’의 실체에 관해 소상히, 친절하게 알려드릴 차례다.  일단, ‘요리도리’란 말이 참으로 아름답지 않은가. 요리도리란, ‘꼬임방지고리’를 일컫는다. ‘회전 이음쇠’, ‘회전고리’로도 부른다. 영어로는‘swivel(슈벨)’혹은‘bearing swivel(베어링 슈벨)’. 요리도리는 나처럼 염소나 강아지나 소를 키우는 농부들한테는 고삐꼬임방지용으로 유용한 물건이다. 그리고 낚시꾼들한테도 필수용품이다. 낚시꾼들은 ‘목줄’과 ‘원줄’사이에 채워 줄꼬임을 방지한다. 요리도리란 말은 듣기만 하여도 ‘요리조리’를 떠올리게 하고, ‘도리도리’도 떠올리게 하며, 아가들의 ‘도리질’도 떠올리게 한다. 하여간, 요리도리는 두 줄을 하나로 연결해주되, 줄 꼬임을 예방해준다.

  다시 말하거니와, 나는 단돈 일 천 원에 그처럼 유용한 철제 요리도리 하나를 샀다. 이젠 시름을 덜었다. 본디 염소라는 동물은 성말라서, 작은 나무그루터기에 고삐가 걸려도 ‘탱탱’ 감겨 자살 아닌 자살을 감행하여 곧잘 죽음에 이르는 경향이 있다. 사실 나는 기억하기도 싫지만,벌써 수 년 전에 그러한 이유로 다 키운 염소를 죽인 적도 있으니... .

  오늘 내가 산 요리도리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재화(財貨)’와 ‘효용(效用)’과‘기회비용(機會費用)’도 다시 복습하도록 한다. 재화란, ‘인간이 바라는 바를 충족시켜 주는 모든 물건’을 이르는 말. 효용이란, ‘소비자가 재화를 소비할 때 거기서 얻는 주관적 욕망충족의 정도’를 가리키는 말. 기회비용이란,‘무엇인가를 선택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것들 가운데에서 최선의 것의 가치’을 일컫는 말. 기회비용에 관해서는‘깨진 유리창의 교훈’이란 수필과 ‘인디언의 선물’이 잘 설명하고 있다는 것을.

  

  (이하 DAUM백과 과목별 학습백과 경제 고등 | 천재교육 편집부에서 따옴.)

  1) 깨진 유리창의 교훈

  프랑스의 경제학자 바스티아(Bastiat)가 1850년에 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이라는 수필. 어느 상점 주인의 아들이 부주의하여 상점의 유리창을 부쉈다. 사람들은 이 행위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였다. 상점 주인이 새 유리를 끼워야 하므로 유리 가게 주인이 돈을 벌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다. 유리 가게 주인이 번 돈으로 빵을 사면, 빵 가게 주인의 수입이 증가하고 해당 산업의 고용이 확대된다. 사람들은 이 소년이 마을 공공의 이익에 기여했다고 생각하였다. 바스티아의 말에 따르면 이러한 생각은 ‘보이는 것’ 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그는 ‘보이지 않는 것’ 도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상점 주인은 유리창 교체에 돈을 썼기 때문에 신발 구입을 포기한다. 이로 인해 신발 가게 주인이 손해를 본다. 같은 논리로 신발 가게 주인이 살 수 있었던 옷이 팔리지 않고, 옷 가게 주인의 수입과 옷 산업의 고용이 감소하게 된다. 이것이 ‘보이지 않는 것’ 이다. 이는 기회비용을 의미한다.


  2) 인디언의 선물

  어느 인디언이 선교사에게 고마운 마음에 보답하려고 목각 인형을 열심히 만들어 이것을 전해 주기 위해 5km나 걸어서 선교사를 찾아갔다. 선교사는 매우 고마워하면서 먼 길을 걸어왔으니, 돌아갈 때는 차를 태워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인디언이 말했다.

  “제가 여기까지 걸어온 길도 선교사님께 드리는 감사 선물의 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마을까지 되돌아가는 길도 선물의 일부입니다.”

  선교사는 더 강요하지 못하고 인디언을 배웅했다. 이처럼 인디언이 인형을 만드는 데 들어간 시간과 선물을 전달하는 데 들어간 시간, 노력 모두가 기회비용에 포함된다.

(이상 DAUM백과 과목별 학습백과 경제 고등 | 천재교육 편집부에서 따옴.)


  하여간, 내가 오늘 고작 일 천 원 들여 산 요리도리는 어미염소 고삐에 채워‘뱅글뱅글’,‘요리조리’ 잘도 돌 것이다. 효용의 개념을 새삼 복습한 터라, 나는 죽는 그날까지 돈을 벌 것이며 근면절약의 생활을 이어갈 요량이다. 내 양친은 살아생전 늘 당신들 슬하의 열 자녀한테 이르셨다는 것도 끝내 잊지 않으리.

  “이놈들아, 어찌되었든 돈을 무섭게 여겨야 한대이 (한다). 그리고 ‘진합태산(塵合泰山)’이로라고 했대이.”

  참말로, 나는 윤활유를 아니 발라도 내 여생 뱅글뱅글 돌도록 요리도리를 사야겠다. 그러려면 죽는 그날까지 돈을 벌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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