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접을 하려다가....

2021.03.27 21:33

김수영 조회 수:86

 

대접을 하려다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가족 이외에 주위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산다. 우리는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혼자 고립해서 없다. 살다 보면 주위 사람들과 좋은 인연으로 정을 나누며 살게 된다.

 

   좋은 인연을 맺고 살던 사람이 멀리 떠나게 되면 섭섭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보고 싶을 자주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정이 더욱더 그리운것이다. 더욱이 요즈음 팬데믹으로 자주 만나지 못한 터라, 멀리 이사를 한다는 소식을 전해 주면 아쉬움이 크다.

 

   아는 집사님 내외분이 한국으로 역이민을 하러 간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뜻밖이라 많이 놀랐다.

 

나이가 60 후반이라 한국이 그립고 향수병이 걸려 귀국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했다. 고향이 충청남도 아산이라 그곳에 아파트를 사서 정착을 하겠다고 했다.

 

   집사님은 교회에서 훌륭한 일꾼이었다. 특히 음식 솜씨가 좋아 교회 식사대접 때는 손수 음식을 만들어 오시고 성도들을 섬기는 훌륭한 집사님이었다. 나보다 나이가 젊지만 그녀를 보면 친정어머니가 생각날 정도다. 집사님과 가까이 지내는 집사님께 연락해서 함께 식사를 하자고 했다. 좋은 식당을 찾아 보아 연락을 달라고 부탁했다.

 

   집사님의 연락이 왔다. 스테크 전문 식당인데 채를 식당으로 개조해서 분위기가 좋고 음식 맛도 좋다고 해서 대신 예약을 하라고 했다. 나는 번도 가보지를 않아 음식값이 얼마인지 궁금해 전화를 해서 물어보았더니 일인당40 이상이라고 했다. 5명이가고 내가 내기로 했는데 팁까지 합하면  돈이 같아 부담이 왔다.

 

   그러나 집사님 내외분이 지금 한국에 귀국하면 언제 또다시 만날 있을지 알지 못하는 상황인데 최고로 대접하는 것이 나의 도리가 아닌가 싶었다. 게다가 내가 아는 목사님이 식당에 서버로 일하고 계신다는 소식에 마음이 찡하게 다가왔다. 사모님이 훌륭하다. 목사님도 오랫동안 팬데믹으로 뵙지 못했는데 목사님을 뵙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흥분됐다. 미국 온지 년이 되었지만 아직 영주권이 없어서 고생이 많으시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려왔다.

 

   나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감사 카드를 쓰고 금일봉을 카드에 넣었다. 어린 아들 둘을 키우느라 사모님과 고생이 많은데 얼마나 여러모로 힘드실까 생각이 들어 후하게 일봉을 넣었다. 식당에 도착해 보니 식당이 분위기가 좋아 마음에 들었다. 목사님을 오랜만에 보니 얼마나 기쁜지 서로가 인사를 나누었다.

 

   음식을 주문하고 목사님이 음식을 들고 서브하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 우리가 목사님께 대접해 드려야 하는데 함께 식사도 하고 우리를 위해 음식을 나르는 모습에 안쓰러우면서 존경이 갔다.

 

   집사님들과 맛있게 음식을 먹은 다음 커피를 마시는 동안 나는 계산대로 가서 음식값을 지불하려고 지갑을 꺼내는데 목사님이 극구 만류한다. 모처럼 오셨는데 자신이 대접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한사코 돈을 받지 않으셨다. 나는 감동 자체였다. 갖고 카드를 드리니 사모님이 우리를 만나러 오고 있으니 사모님께 드리라고 했다.

 

 내가 금일봉을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면 정말 낯이 간지러울 뻔했다. 목사님 형편에 거금을 지불하셨는데 그냥 대접만 받고 왔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었을까.  천만다행이란 생각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귀국하시는 집사님이 감사하다고 포기김치를 맛있게 많이 담가와서 나에게 안겨주는 것이 아닌가! 덤으로 얻은 행복에 기쁜 마음으로 집에 왔다. 내가 베푼 것보다 훨씬 많은 보상으로 보답해 주시는 고마우신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 /중앙일보 문예마당 2021년 3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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