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뻐꾹새...송수권

2003.07.21 09:35

joanne 조회 수:490 추천: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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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뻐꾹새

    송 수 권



    여러 산봉우리에 여러 마리의 뻐꾸기가

    울음 울어

    떼로 울음 울어

    석 석 삼년도 봄을 더 넘겨서야

    나는 길뜬 설움에 맛이 들고

    그것이 실상은 한 마리의 뻐꾹새임을

    알아냈다



    지리산下

    한 봉우리에 숨은 실제의 뻐꾹새가

    한 울음을 토해 내면

    뒷산 봉우리가 받아 넘기고

    또 뒷산 봉우리 받아 넘기고

    그래서 여러 마리의 뻐꾹새로 울음 우는 것을

    알았다.



    지리산中

    저 연연한 산봉우리들이 다 울고 나서

    오래 남은 추스림 끝에

    비로소 한 소리없는 강 열리는 것을 보았다



    섬진강 섬진강

    그 힘센 물줄기가

    하동쪽 남해를 흘러들어

    남해군도의 여러 작은 섬을 밀어올리는 것을 보았다



    봄 하룻날 그 눈물 다 슬리어서

    지리산下에서 울던 한 마리 뻐꾹새 울음이

    이승의 서러운 맨 마지막 빛깔로 남아

    이 세석 철쭉 꽃밭을 다 태우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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