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의 회복

2010.09.02 08:28

노기제 조회 수:935 추천:178

20100902                소라의 회복

        스물두 살,  한참 예쁠 나이다. 키가 커다란, 남자 아이 모양 어깨가 딱 벌어진 체격이다. 그런데 층계 올라가는 모습이 많이 불편하다. 오른쪽 팔이 바깥쪽으로 비틀린 상태에 오른쪽 다리를 질질 끌며 한 계단 씩 천천히 오른다.

        왜 이 아이가 내 눈에 들어 온 것일까. 뉴 스타트 세미나에 봉사자로 등록을 하고 나이에 걸려 턱걸이로 허락을 받은 내게는 딸로 친다 해도 늦둥이에 해당 된다. 내가 이 아이의 엄마라면 어떤 마음일까.

        첫 날, 첫 강의부터 소라 옆자리에 앉아, 비틀린 오른쪽 팔을 주물러 주며 얘기를 시켰다. 나이는 스물둘, 병명은 뇌경변, 뇌세포가 서서히 죽으면서 몸의 어느 부분도 마비가 되는 병이란다. 아빠는 작년에 방광암으로 돌아 가셨고, 동생이 하나, 엄마는 45세, 작은 식당을 경영한단다.

        병원에 있을 땐 말도 못했는데 좀 호전되어 지금은 어눌하지만 말도 잘 한다. 그동안 재림교단에서 운영하는 요양소를 몇 곳 거치면서 하나님께서 치료하심을 체험하고 회복중이다.

        아이가 아주 밝다. 묻는 말에 대답도 잘하고 말을 하려면 생글거리며 웃음부터 보인다. 사랑스럽다. 뭔가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솟는다. 첫 만남 끝자리에 두 손 꼬옥 잡고 기도부터 해 줬다. 함께 호흡하며 아멘으로 같은 마음임을 보인다. 하나님께 내가 매달리고 싶다. 이 예쁜 아이, 꼭 회복 시켜 주십사고 간절히 탄원하기로 마음 정했다.

        세미나 동안 틈틈이 소라네 방을 방문하고 자기 전 기도 해 주고, 강의 끝나면 또 기도하며 소라의 변화하는 모습에 내가 행복해 진다. 내가 바라는 것이 무언가. 소라가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 변질 된 유전자를 회복 시켜 건강한 세포로 돌아오게 하실 수 있는 하나님을 만났으면 좋겠다.

        뇌세포는 재생할 수 없다고 했지만, 이젠 뇌세포도 재생한다는 학설이 발표 되었음에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 그 중요한 사실을 세미나에서 배운 소라가 “그러므로 나도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자신의 세포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는 내가 잘 못 살아 병들게 한 세포라 해도 생활을 고치고 믿음으로 살면 다시 정상세포로 회복 시켜   주실 터니 뉴 스타트 가르침대로 생활을 바꿔 살기를 결심했던 모양이다.

        소라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기도를 한다. 참가비를 준비 못한 채 아이를 세미나에 보낸 소라 엄마를 위해 하나님께서 대납 해  주셨다. 세미나가 끝날 무렵 소라 엄마가 환한 얼굴로 소라를 보러 왔다. 인물이 좋다. 덩치가 큰 소라에 비해 엄마는 아주 아담한 체격이다. 마흔 다섯이라 믿기지 않을 곱상한 얼굴이다.

        “소라야, 진짜 네 엄마 맞니?”
        장난스레 묻던 내 말에 생글거리며 입을 연 소라,
        “글쎄요. 잘 알아봐야겠는데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능청스레 농담까지 하는 소라를 보며 함께 했던 모든 사람이 크게 웃었다. 마음 속 깊은 데서 뜨거운 감사가 치솟아 오른다.

        강의실로 올라가는 소라의 걸음이 가볍다. 계단을 한 계단 씩 쉬며 절며 오르던 소라가, 왼쪽 딛고 오른 쪽 딛고 속도는 약간 느리지만, 자신감 넘치는 가벼운 걸음이 나를 기쁨으로 떨게 한다. 어디 나 한 사람 뿐이랴. 소라를 지켜보며 함께 기도 하던 세미나에 모였던 모든 사람이 소라의 변화에 기뻐 어쩔 줄 몰라 한다. 감사의 기도가 하늘을 찌른다.

        세미나가 끝나면 각자의 삶터로 헤어 질 우리들이지만, 하나님께서 함께 하심을 믿고, 서로에게 기도로 용기 주며, 배운 대로 새 출발의 생활을 하면서 우리 모두가 건강한 삶을 살기로 말없이 약속을 한다.

        한국방문 일정을 끝내고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소라의 정상적인 모습을 꼭 보아야겠다고 하나님께 떼를 쓰며 계속 기도 중이다.  나는 아직 서울에 있지만 소라는 집으로 돌아가서 만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하나님께선 내 기도 듣고 계신다. 시기를 알 순 없어도, 반드시 들어 주시리라 믿는다. 어느 한 구석도 나 자신을 위한 기도는 아니니 왜 안 들어 주시겠는가. 다음 만날 땐 뉴 스타트 세미나에 봉사자로 참가해서 율동도 멋지게 하는 소라 보기를 소망하며 한국방문을 마무리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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