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개의 돌과 천개의 나무들이

2014.12.04 17:04

차신재 조회 수:104

천개의 돌과 천개의 나무들이
                    차신재

자갈투성이 바위산을 올랐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실핏줄 같이 그어진 앞만 보면서
말없이 말없이 산길을 걸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비틀거리다가
돌 뿌리에 걸려 주저앉아 울어도
산은 모르는 척
입을 꽉 다문 채
속내를 보여주지 않았다

정상은 평평했다
하늘은 더 없이 푸르고 맑았고
온몸에 감겨오는 바람은 감미로웠다
휴식은 잠시
다음은 내려가야 할 때

내려가는 길은
어깨도 마음도 가볍고 여유로워
오를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 아래 환하게 펼쳐졌다
이토록 굽이굽이 가파르고 험한 길을
용케도 올라 왔었구나

내려오면서야 눈을 맞춘   
예쁜 들꽃과 작은 산새들
천개의 돌과 천개의 나무들이
산은 올라 갈 때 보다
내려 갈 때에 더 조심해야 된다고
바람의 소리로 귀띔해 줄때

무심한 듯
입을 꽉 다물고 있던 산이
발바닥을 통하여
자연과 삶의 이치를 읽게 해 준 것을 알았다.

- mountain charles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