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2014.12.16 16:01

김수영 조회 수:76

부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김수영        이번 대한항공 부사장 땅콩 회항 사건을 보고 재벌가의 횡포가 극에 달한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당연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할 사람인데,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커녕 상식 밖의 안하무인 적인 행동으로 국내외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대한민국에 수치를 안겨주었으니 통분할 일이다.     로댕 작 “깔레의 시민” 조각상은 불후의 명작이지만, 이 작품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숭고한 정신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 조각상은 프랑스의 작은 항구 도시 ‘깔레’ 시청에 전시되어 있다. 이 조각상은 6명이 목에 밧줄을 감고 고통스런 표정으로 걸어가고 있는 조각상이다.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 때 ‘깔레’ 시는 끝까지 영국군에 저항하다 구원군이 오지 않아 1347년 마침내 항복하게 된다. 영국 왕 에드워드 3세는 누군가는 그 저항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6명의 깔레 시민이 목에 밧줄을 매고 영국군 진영으로 걸어와 처형 당할 것을 요구했다.      이때 깔레에서 제일 부자인 외스타슈드 생 피에르가 선뜻 나섰다. 그러자 시장인 장데르가 나섰고 이에 부자 상인인 피에르 드 위 쌍이 나섰다. 게다가 드 위쌍의 아들마저 아버지의 위대한 정신을 따르겠다며 나서는 바람에 이에 감격한 시민 3명이 또 나타나 한 명이 더 많은 7명이 되었다. 외스타슈드는 제비를 뽑으면 인간인 이상 행운을 바라기 때문에 내일 아침 처형장에 제일 늦게 나오는 사람을 빼자고 제의했다.      다음 날 아침 6명이 처형장에 모였을 때 외스타슈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한 사람들이 그의 집에 달려갔을 때 외스타슈드는 이미 자살한 시체로 발견 되었다. 처형을 자원한 7명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살아남으면 순교자들의 사기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여 자신이 먼저 죽음을 택한 것이다.      이에 영국 왕비가 크게 감동하여 에드워드 3세에게 깔레 시민에게 자비를 베풀 것을 애원하였다. 당시 왕비는 임신 중이었기 때문에 왕은 왕비의 소원을 받아들여 처형을 취소했다. 그 후 깔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단어의 상징으로 등장했으며 몇백 년이 지난 후 깔레 시의 요청으로 로댕이 10년 작업 끝에 ‘깔레의 시민’ 조각상을 완성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말할 때 빼놓을 수없는 가문이 경주 최 부자 집안이다. 부자가 3 대 가기 어렵다는 옛말이 무색하게 경주 최 부자 집안은 무려 300년 12대 동안 만석의 재산을 유지했다. 그러나 최 부자 집안이 칭송을 받는 것은 부를 많이 축적했고 그것을 오랫동안 유지했기 때문이 아니라 많은 선행과 독립운동의 후원자가 되어 지도층으로서 모범을 보였기 때문이다. 1884년 경주에서 태어난 마지막 최 부자인 최준은 ‘재물은 분뇨와 같아서 한곳에 모아두면 악취가 나 견딜 수 없고 골고루 사방에 뿌리면 거름이 되는 법이다.’란 금언을 평생 잊지 않고 살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재벌가들이 돈을 모으기 전에 왜 돈을 벌어야 하며 어떻게 번 돈을 잘 쓸 수 있는가를 깊이 생각하면서 오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살아가기를 간절히 소원해 본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처럼 번 돈을 가난하고 병들고 고통 당하는 이웃을 위해  선행을 베풀며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될까. * 12월 16일 미주중앙일보 오피니언 ‘이 아침에’ 위의 기사 게재 * 홍승주 평론가님이 보내온 편지/감사합니다      이 아침의 公憤   ***   시인이며 수필가이신   김수영 목사님의 뜨거운 아침 논단, "부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광화문에서 두들기는 영문학자의 "신랄한 신문고 소리'입니다.   재벌 오너의 횡포......   이러다간 자본주의가 자멸합니다.   오랜만에 10년 묵은 쳇증이   쑥 내려가는 듯한 이 통쾌함.   겸허와 감사,   사랑과 배풀음이 날로   쇠약해 가는 세상.   오늘의 칼럼.   있는 자에 대한 날카롭고 뜨거운 화살이요,   소리없는 경고입니다.   公憤-共怒의 대변인,   김수영 작가님,   애 쓰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가슴이 후련합니다.   내내 건필, 편안하소서.         -각필 / 노문객 경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