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감상 <너에게 묻는다>

2014.11.18 16:51

차신재 조회 수:142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아주 짤막한 시입니다.
그러나 이 시를 읽으면 얼굴이 달아오르는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심문하는 듯한 어조로 "너에게 묻는다"로 시작되는 제목부터 긴장감을 줍니다. 
그리고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묻는 그의 칼날 같은 질문에 당황하며
"나는 정말로 누구에게 뜨거운 사람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지금이야 연탄재를 구경하기도 힘든 세상이 되었지만 연탄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연탄은 추운 날 우리에게 따뜻한 방과, 따뜻한 밥상과, 따뜻한 세숫물을 주기 위하여 자신의 몸을 하얗게 태우며 그의 생을 끝냅니다. 즉 누구를 위한 뜨거운 희생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기심과 교만으로 가득 차있는 우리들에게 자아성찰의 시간을 주며,
뜨거운 존재로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소망하게 합니다.
그런데 이 시의 매력은 이것뿐이 아닙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고 준엄한 경고를 합니다.
쓰레기처럼 하찮은 것이라도 함부로 무시하지 말고 그것의 존재의미와 존재가치를 생각해 보고 교만하지 말라는 뜻이겠지요. 검고 못 생긴 연탄도 누구를 위한 뜨거운 희생으로 자신의 몸을 하얗게 사루며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데,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이 특히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연탄 한 장 만큼도 못한 존재가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자신만 행복하면 된다는 이기심에서 벗어나 가까운 곳에 내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없는지, 무심한 내 언행에 상처받는 이웃은 없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며 옷깃을 여미게 하는 시입니다.
온갖 문명의 이기와 안정되고 편안한 자신의 삶을 버리고 언어도 문화도 다른 열악한 환경 속에서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해외 선교사님들이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속에서 말없이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시간,
점점 추워지는 계절, 거리에서 마른 손을 내밀며 우리의 눈길을 붙잡는 노숙자들을 외면하지 말고 따뜻한 담요 한장과 따뜻한 한잔의 물이라도 건네줄 수 있는 이 겨울이 되어야지 하는 착한 마음도 들게하는,    
이 짧은 시가 무관심과 타성에 찌들어 잠든 내 영혼을 깨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