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울음소리

2014.11.17 17:33

김수영 조회 수:51

개구리 울음소리                                 김수영     캘리포니아는 2년이 넘도록 비가 오지 않아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며칠 전에 비가 조금 내려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밤에 자는데 비가 패티오 지붕을 요란하게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밤을 꼬박 새워도 좋으니 제발 장대비가 쏟아졌으면 좋겠다고 혼자 중얼거렸다.     빗소리가 어찌나 반갑고 좋은지 혼자 너풀너풀 춤을 추고 싶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안타깝게도 빗소리가 뚝 그치고 말았다. 잠을 청해 보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잠을 설쳤다.     오륙십 년 전만 해도 지구 온난화를 피부로 별로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춘하추동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여름에 비가 많이 왔다. 가끔 홍수의 난리도 겪었지만, 지금처럼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다. 여름 방학 때 시골에 내려가면 저수지나 연못이나 시냇가나 혹은 논에서 개구리를 자주 볼 수 있었다.     비가 유독 많이 내리는 날에는 개구리들이 떼를 지어 ‘개굴개굴’하면서 울 때는 여름 대낮에 나무에서 매미들이 울어대는 소리는 저리가라였다. 맹꽁이는 ‘맹꽁맹꽁’하면서 울어대는데 그냥 개구리보다 더 소리가 요란했다. 그런데도 나는 개구리 우는 소리가 싫지가 않았다. 우리나라 동화에 나오는 청개구리는 비 오는 날엔 물가에 어머니의 무덤을 만들어 놓아 물에 떠내려갈까 봐 그렇게도 많이 운다고 해서 반대로 행동하는 사람을 우리는 청개구리라고 빈정대기도 한다.  개구리는 종류도 많고 우는 소리도 다양하다.     그렇게 흔하게 듣던 개구리 소리를 미국에 와서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 물론 물 근처에 살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정말 개구리 소리가 귀하고 그립다. 수놈의 목에 울음 주머니가 달려 구애할 때 많이 운다고 한다. 비가 오면 마음이 울적해지는데 한 수 더 떠서 개구리가 목청을 다하여 울어대면 개구리가 더 처량해 보이고 나마저 슬퍼지곤 했다. 짝 잃은 서러움을 달래느라 그렇게 울어대는 것인지…짝을 찾으려는 몸부림인지…     한 놈이 울어대면 덩달아 옆에 있는 놈이 울어대고 릴레이 경기를 하듯이 또 한 놈이 울어대고 결국 나중에는 모두 합창으로 울어대면 그 울음소리가 고막을 찢을 정도였다. 그 런대도 그 울음소리가 싫지가 않고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노래곡조로 들렸다. 문학소녀라 감수성이 예민해 감상적이서 그랬을 것 같다.     대학 입시 준비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 시골에 내려가서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으면 속이 얼마나 시원한지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리고 집에 돌아와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지구 온난화로 개구리 숫자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니 서글픈 생각이 든다. 개구리는 해충을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인간에게 유익한 양서류다. 비를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하다 보니 개구리 생각이 덤으로 떠올라 그립기까지 하니 내가 이제 늙었나 보다. 우리 집 뒷동네에 산타 아나 강이 흐르고 있지만 물이 말라 바닥이 들어 난지도 꽤 오래다. 언제 물이 출렁이며 흘러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삼 십여 년 전 미국에 오자마자 뉴올리언스에 갔다가 미시시피 강을 구경하게 되었다.  많은 양의 물이 흘러 배를 타고 올라가다가 그 유명한 남북전쟁의 격전지 게티즈버그에 까지 가 본 기억이 생각난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불멸의 연설 중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지상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를 읽고 얼마나 감격했는지 그때의 일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래서 미시시피 강을 못 잊는 것 같다. 특별히 19세기 미국의 대표적 작가인 마크 트웨인(Mark Twain)이 미시시피 강을 무대로 쓴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생각이 나서 미시시피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감회가 무척 깊었다. 마크 트웨인의 본명은 사무엘 랭혼 클레멘스(Samuel Langhorne Clemens)였다. 미시시피 강 유역 도시인 미주리 주 한니발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란 그는 미시시피 강 수로 안내원으로 젊은 시절을 보냈다. 자기의 경험을 토대로 미시시피 강 유역을 배경으로 개구쟁이 소년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다룬 자전적 소설이다. 남북전쟁이 일어나 뱃길이 끊기자 수로안내원을 그만두고 신문기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그였다.     이번 겨울에 제발 비가 많이 와서 미시시피 강처럼 산타 아나 강이 유유히 물이 흘러 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산타아나 강에서 개구리 울음소리는 못 들어도 제발 비가 많이 와서 흘러넘치기를 소원해 본다. 조국 시골에서 듣던 개구리 울음소리는 언제 또 들어 볼 수 있을는지 까마득한 꿈이 되어 버렸다. ‘개굴개굴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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