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오후

2014.10.16 17:09

차신재 조회 수:279

어느 날 오후
             차신재

99쎈트 싸구려 스토어 안을
빙빙 돌아 다닌다
가게안에 가득 차 있는
갖가지 표정들

장난감 몇 개 손에 들고
엄마를 조르는 아이들
싸구려 화장품을 고르는 아가씨
모두 행복한 얼굴이다

연장들을 만지작거리는
중년의 남자
냉장고 속을 열심히 들여다보는
남루한 차림의 할머니
모두 진지하고 편안한 얼굴들이다

고급 백화점에서
비싸고 좋은 물건을 고르는
부자들의 표정들이
이 보다 더 진지하고 행복할까

가게 안에 넘치는
싸구려 물건들 속에서
물건을 만든 가난한 사람들의 꿈과
물건을 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생각한다

예쁜 커피 잔과
어린 꽃나무 하나를 샀다
손끝에 전해오는 가난한 이웃들의 체온이
참으로 따스하고 정겨운 어느날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