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편지
2014.10.16 17:28
비 오는 날의 편지
차신재
비 오는 날
우산 몇 개 팔려고
지하도 입구에 서 있는 남자를
보고 오는 날이면
밤이 깊도록 아프다
개구리소리 요란하던 어느 날
서러움과 허기
푸른 비닐우산에 숨긴 채
젖은 논둑길 따라 아득히 멀어져가던 너가
기억의 층계를 딛고 오기 때문이다
불이 꺼진 너의 빈 집
억새풀처럼 살아간다는 소식을
바람결에 보내며
빈 우체통에 먼지로 쌓여가던 너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이름을 잊었지만
지금도 누르면
피멍울로 오는 이름
비 오는 날이면
캄캄한 수십 년의 안부가
문득문득 궁금했었지
오랜만에 친구 편에 들은
너의 세월 속 유리창에
아직도 빗물로 흐르고 있다는 나
밤늦도록 비가 내린다
개구리소리 낭자한 논둑길 따라
푸른 비닐우산이 가물가물 다가온다.
차신재
비 오는 날
우산 몇 개 팔려고
지하도 입구에 서 있는 남자를
보고 오는 날이면
밤이 깊도록 아프다
개구리소리 요란하던 어느 날
서러움과 허기
푸른 비닐우산에 숨긴 채
젖은 논둑길 따라 아득히 멀어져가던 너가
기억의 층계를 딛고 오기 때문이다
불이 꺼진 너의 빈 집
억새풀처럼 살아간다는 소식을
바람결에 보내며
빈 우체통에 먼지로 쌓여가던 너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이름을 잊었지만
지금도 누르면
피멍울로 오는 이름
비 오는 날이면
캄캄한 수십 년의 안부가
문득문득 궁금했었지
오랜만에 친구 편에 들은
너의 세월 속 유리창에
아직도 빗물로 흐르고 있다는 나
밤늦도록 비가 내린다
개구리소리 낭자한 논둑길 따라
푸른 비닐우산이 가물가물 다가온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479 | 김우영 작가의 (문화산책]물길 막는 낙엽은 되지 말아야 | 김우영 | 2014.11.09 | 34 |
10478 | 10월의 제단(祭檀) | 성백군 | 2014.11.07 | 29 |
10477 | 좌선 | 동아줄 | 2014.11.07 | 29 |
10476 | 詩에게 | 차신재 | 2014.11.06 | 28 |
10475 | 휴식 | 차신재 | 2014.11.06 | 28 |
10474 | 눈 내리는 날의 단상 | 차신재 | 2014.11.06 | 38 |
10473 | 오인동 박사님의 "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의 꿈"을 읽고 | 김영문 | 2014.11.02 | 29 |
10472 | 고양이 발톱 | 최영숙 | 2014.11.04 | 30 |
10471 | 숙면(熟眠) | 강민경 | 2014.11.04 | 30 |
10470 | [이 아침에] 성탄 트리가 생각나는 계절 11/13/2014 | 오연희 | 2014.11.26 | 27 |
10469 |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 / 석정희 | 석정희 | 2014.10.31 | 45 |
10468 | 노을 | 차신재 | 2014.10.29 | 31 |
10467 | 거미가 웃는다 | 차신재 | 2014.10.29 | 27 |
10466 | 꽃씨 | 차신재 | 2014.10.27 | 37 |
10465 | 수진아, 수진아 (제 8 회) | 김영문 | 2014.10.26 | 23 |
10464 | 수진아, 수진아 (제 7 회) | 김영문 | 2014.10.26 | 29 |
10463 | CHRISTMAS AND JACK | 김영문 | 2014.10.26 | 27 |
10462 | 가을비 | 성백군 | 2014.10.24 | 41 |
10461 | 찾지 못한 답 | 오연희 | 2014.10.24 | 32 |
10460 | 존엄사와 자살의 경계 | 김수영 | 2014.10.22 |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