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오는 밤에
2004.07.27 17:30
잠 안오는 밤에
홍인숙(Grace)
새벽 3시.
알 수 없는 내 안의 비명소리로 일어났다.
잠에 취한 거리를 깨우고 어스름 길목을 기웃거린다.
내 이름의 명찰을 달고 밤을 지키는 작은 방들을 둘러보고
새벽 이슬에 젖은 편지함에서 묵은 편지를 꺼낸다.
주인 없는 이웃 집 유리창에 호호 입김으로 흔적을 남기다가
점점 멀어지는 잠의 꼬리를 더듬어
아침으로 달리는 시계 바늘을 잡는다.
싸늘한 윗풍이 등줄기에 안개비로 내린다.
다시 잠을 청해야겠지..
허기를 느끼기 전 열심히 끼니를 챙기는 습관처럼
자야한다는 눌림으로 또 얼마나 많은 뒤척임을 해야할까.
관념. 그 질기디 질긴 상념의 꼬리.
요즘은 시가 써지지 않는다.
그 붉은 가을 하늘 아래 흩뿌려 놓았던 시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때론 너무 많은 생각들이 한 줄의 자유로움도 용납하지 않는다.
머리만 닿으면 잠 대신 쏟아지는 맑은 상념.
날이 갈수록 요술을 부리는 베개가 신기하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419 | 도리깨질 리더같은 농촌지도자룰 | 정찬열 | 2004.12.14 | 249 |
10418 | 봉숭아 | 차신재 | 2014.10.01 | 248 |
10417 | 너에게 나는 투명해지고 싶다 | 홍미경 | 2004.07.31 | 248 |
10416 | 나그네의 향수, 존재의 소외 / 박이도 | 홍인숙 | 2004.07.30 | 246 |
10415 | 내 안의 그대에게 (1) | 홍인숙(그레이스) | 2004.07.30 | 246 |
10414 | 손망원경 | 오연희 | 2005.06.15 | 244 |
10413 | 잉꼬부부 / 석정희 | 석정희 | 2006.01.10 | 243 |
10412 | 내가 읽은 시집 / 함동진 | 홍인숙(그레이스) | 2004.12.06 | 242 |
10411 | JC에게 보낸 편지 3/14/07 | 이 상옥 | 2007.03.13 | 241 |
10410 | 길을 걷다보면 | 오연희 | 2004.11.17 | 241 |
10409 | 인사동 연가 | 오연희 | 2005.04.06 | 239 |
10408 | 한국사람 냄새 | 조만연.조옥동 | 2005.11.21 | 238 |
10407 | 이제야 사랑을 | 박경숙 | 2005.06.20 | 238 |
10406 | 안개 속의 바다 | 홍인숙 | 2004.08.02 | 238 |
10405 | 어머니와 매운 고추 | 동아줄 | 2014.12.04 | 236 |
10404 | 눈섶 위의 얼음 이마 | 김영교 | 2005.09.12 | 233 |
10403 | 밤에 피는 꽃 | 서 량 | 2005.05.06 | 233 |
10402 | 가을에 띄우는 편지 | 조만연.조옥동 | 2004.11.28 | 233 |
10401 | 별 똥 별 | 정해정 | 2006.02.15 | 231 |
10400 | 숲속의 정사 | 박영호 | 2004.09.12 | 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