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의 쿠테타

2015.01.25 02:24

김희주 조회 수:129

삼월의 쿠데타
                  김 희 주
푸른 바다 밀어 올리고 성큼성큼 걸어나와 밥상 위에 앉아 있는 검은 다시마, 미끄덩미끄덩 안절부절 식은 땀 줄줄 흘릴 때 우린 뭔가 눈치 챘어야 하는 건데. 바다 아래 폭도들의 무서운 쿠데타 음모가 악마의 소용들이, 사탄의 울부짖음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넓고 큰 눈, 당나귀 귀, 라크샤사의 아가리를 가진 바다, 들을 것 못 들을 것 천 년 동안 오래도 쌓아 오면서 철썩철썩 바위에 수없이 몸을 던져도 보았지만 바다 바깥세상을 향해 길길이 날뛰며 미치지 않을 수 없었어. 쌓인 분노가 악마로 변해 검은 폭도의 앞잡이가 되어 버렸지. 지상의 모든 것을 하나도 남김없이 몽땅 쓸어버리고 싶었어. 토끼에게 속은 용왕님도 이번엔 바다 밑 반란에 손을 들어 주었어. 육지에 걸어 두었던 그 괘씸한 토끼의 간도 다시 찾을 수 있으니까. 눈물 없이
차마 볼 수 없는 어린 영혼들 겁에 질린 모습으로 엄마, 아빠 찾다 행여나 아름다운 인어공주, 씩씩한 백조왕자님 손잡아 주려나 고사리 손 휘저어 보았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검은 악마가 휩쓸어 가 버렸지. 다음 날 아침 아무 일도 없는 듯 붉은 햇덩이는 태연히 솟아오르고 기가 막힌 하나님은 꽁꽁 언 눈물, 차디 찬 하얀 눈가루를 펄펄 내려 주셨어. 하얀 마스크를 쓴 3월의 사람들 요오드, 세슘의 공격에 다시마를 찾아 나서고 아름다운 수평선을 향해 창을 내고 살던 사람들 마른 울음조차 막혀 버렸어*3월의 쿠데타 때문에  




*2011년 3월 11일 일본의 쓰나미


라크샤사(raksasa, 나찰)
성질은 사납고 몸빛은 검고 빨간 눈을 가진
사람 고기도 먹는 다는 인도 신화에 나오는 악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