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훈 서재 DB

윤석훈의 창작실

| 윤석훈의 창작실 | 내가읽은좋은책 | 독자창작터 | 목로주점 | 몽당연필 | 갤러리 | 공지사항 | 문학자료실 | 웹자료실 | 일반자료실 |

밀린 숙제를 하다

2007.09.03 19:29

윤석훈 조회 수:570 추천:29

지난 밤의 배설 위해 화장실 간다
온몸 붉히며 힘 주다가
피 묻은 어제를 토하듯 쏟아낸다
그냥은 제자리 내줄 수 없다는 듯
예리하게 긁으며 지나가는 오래된 발자국
세상의 사랑처럼 확인이 필요한 듯
소통의 통로에 흔적을 남기며 간다
칼끝에 찔린 통증이
몸의 끝에 매달려 황당하다
뜻 밖의 자객을 맞아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붉은 선 그어진 화장지를
쳐다보는 것이다
어제가 남긴 유언을 읽어보는 일이다
기억해야 하는 종양 보듯 두렵다가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고작
시 몇 편 밑줄 죽 그어보는 것이다
미명의 공간에 허리를 굽히고
말 없는 시간의 알갱이를 세어 보는 일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4 두 잔의 건배 윤석훈 2007.09.26 587
113 섬에 갇히다 윤석훈 2007.09.22 596
112 사서함 윤석훈 2007.09.20 559
111 새로 생긴 버릇 윤석훈 2010.05.03 777
110 흘러가기 윤석훈 2010.09.11 800
109 횡설수설 게걸음 윤석훈 2007.09.25 570
108 새알 윤석훈 2007.08.15 554
107 기상예보 윤석훈 2007.08.15 608
» 밀린 숙제를 하다 윤석훈 2007.09.03 570
105 나무늘보 윤석훈 2007.07.08 560
104 전신주 윤석훈 2007.07.08 598
103 수화 윤석훈 2010.04.23 501
102 바닷가 오후 윤석훈 2007.06.30 546
101 완장 윤석훈 2007.06.29 565
100 청바지 윤석훈 2006.03.20 669
99 축제 윤석훈 2006.06.25 626
98 마그마 윤석훈 2007.04.23 586
97 시작 노트 윤석훈 2006.05.20 554
96 시인의 집을 먹다 윤석훈 2007.02.22 682
95 강물처럼 윤석훈 2007.02.10 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