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종기 시인, 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
2017.08.24 03:04
국적회복 의미 담은 '마흔두 개의 초록' 등 저술
한일회담 반대 문인 각서 쓰고 쫓기듯 미국행
오하이오주서 의사 생활 은퇴 후 15년째 창작
"동포 문인들에게 내 수상 소식이 희망되길"
"살아서는 돌아가지 못한다 해도/그래도 다 괜찮다는 말이 확실히 내 가슴 한복판에서 맑게 들렸다/정말이다 너무 늦었다는 말까지/나를 그냥 가볍고 푸근하게 해주었다."(마종기 시인의 시 '국적회복' 중)
2014년 국적회복을 하고 한국에서 신작 시집 '마흔두 개의 초록(문학과지성사)'을 냈던 마종기(79.사진) 시인이 제62회 대한민국예술원상을 수상한다. 1965년 한일회담 반대 서명운동에 105명의 문인 중 한 사람으로 이름을 올리며 억울한 옥살이까지 했던 그에게 조국이 주는 여섯번째 큰 상이다. 플로리다주에 거주하고 있는 마 시인을 전화로 짧게 만났다.
기사화할 것 없다고 수화기 너머로 손사래를 쳤지만 마 시인은 "한국을 등지고 떠난 세월 써온 시들을 문민 정부가 세워진 뒤 조심스럽게 꺼내놓았다. 미주의 한인 문인들이 인정받는 것이 여간 힘든게 아니지만 동포 문인들에게 내 수상이 희망이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 시인은 1966년 '한국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다'는 각서를 쓰고 미국으로 쫓기듯이 떠나왔다. 한국을 떠난지 4개월 만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임종조차 지키지 못한 그였다. 이후 미국 시민권을 받아 한국을 오가긴 했지만 타의로 시작해야했던 이민 생활은 그의 삶에 지울 수 없는 자국들을 남겼다.
마 시인은 오하이오주에서 유색인종 의사로 이민생활을 하다 은퇴하고 15년째 플로리다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파리에서 열린 국제도서전에 초청돼 시 낭독을 한 그에게 레지스탕스 시인(저항 시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마 시인은 "부담스러운 호칭이다. 내 시를 잘 읽어보면 알겠지만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아픔들이 주를 이룬다"고 말했다.
마 시인은 미국에서는 단 한번도 신작을 출간하거나 게재한 적이 없다고 했다. "원고료를 받지 않고 결코 시를 줄 수 없다"는게 그의 신조였다. 유명 동화작가였던 아버지(마해송 작가)의 인세와 저작권 등을 모두 문학과지성사에 기부한 그지만 글쓰기의 가치를 저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려운 형편에도 아버지의 원고료로 공부하고 학교에 갔다. 하지만 동포 문학이라는게 열악하기 짝이 없다. 시인.작가 등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홀로 창작 활동을 하지만 마 시인을 거쳐간 후학들도 많다. 마 시인은 "그 전에도 한국에서 상을 많이 받았지만 국적회복을 한 뒤 받는 상들은 감회가 남다르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 시인은 도미 후 12권의 시집을 냈으며 편운문학상(1997년). 이산문학상(1997년). 동서문학상( 2003년).현대문학상(2009년).대산문학상(2015) 등을 수상했다. 이번 대한민국예술원상은 마 시인 외에도 물방울 작가로 잘 알려진 김창열 화가 등이 받는다.
황주영 기자 hwang.jooyoung@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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