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협회 김태수 시인의 미당문학 신인작품상 소식입니다.

20170220_093842-1_resized.jpg



20170220_094032-1_resized.jpg


아래는 당선작 독거노인 외 4편과 수상소감입니다.

독거노인

비탈길 치달려와

부린 자전거

 

(spoke) 빠진 바퀴와

뼈뿐인 낡은 안장에

 

뜨겁게

저녁놀이 불태우며 앉는다

 

진창길 포장도로

오르막 내리막길

 

날마다 하나 되어

페달을 밟고 풀며

 

달리며 중심 잡았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

 

세차게 달린 세상

녹슬어 내려앉아

 

약병을 옆에 끼고

거미와 함께 산다

 

맞물려

굴리며 살다

혼자 남아 수행

 

 

 

 저녁놀은

 

햇살의 칼질에 따라

잘게 썰린 핏빛 구름


희끗 드러난 속살을

바람이 다듬는다


어둠은

칼날을 피해

낮은 포복 시작하고


해안선 눕혀 놓고 회를 뜨는 저녁 횟집

생선을 다듬어 사는 엄마의 주방 칼은

뻣뻣한 지느러미 탓에 시나브로 무뎌졌다


미혼에 혼혈 자식 낳아 기른 엄마의 손질

억센 지느러미들 도려내던 상처투성이로

가슴에 깊이 박힌 못을 도려내 덧난 속병


박명이 기어 나와

손님을 불러내고

수술 앞둔 엄마 손길


기다리는 바다가 되어,

붉어진 하늘의 눈시울로

가슴을 저민다

 

  얼트레이션, 삶을 마름질하다

 바늘귀에 꽂힌 영어 몸짓말로 꿰어가며

재봉틀 다독거려 삼십 수선집


옷을 짜깁고 누벼

가족의 짓는다


실밥 터져 나온 걱정 가위질로 싹둑싹둑

나갈 자리 접을 자리 내며 달려왔다


추위 따뜻이 살려

햇살 자락 이어 덧대


북에 감겨 엉킨 좌절 끝내 밑실 찾아 풀고

실톳을 매만지며 다짐을 조여 감아


희망을 박음질한다

자르고 맞춰가며


안쪽에 시접 꺾어 자존심 꾸겨 박고

이레 열면서 이웃 봉사 참여하며


밑단 다듬어

구긴 주름 간다

 

 

 

  

 

 

  

바람에 맞서려다 없이 넘어진

비로소 안고서야 맡겨 떠오른다


 

낯선 ,

깃발 꽂고 올라 

바람 타기

시작한다

 

 

역풍을 안고 살아

뚫린 가슴 시려 와도

바람따라 곤두박질

얼레 끌어 솟아올라


 

가족

삶의 ()줄을

잡고 끌며

외줄 탄다

 

 

  

미생

-빨랫줄


시달림 겪고 나와

풀죽은 떠안은


짓눌린 , 바람 품게

바지랑대 치켜세워


사는

매달리기라

목말 태워 어른다


외줄 생활전선

비정규로 지탱한


속마저 내어주고

바람() 너덜나서


헤지며 맞춰온 삶이

한올 두올 날리느데


찌든 일상 더께 씻고

상큼히 거듭나서


접히고 구겨진

털어 펼쳐놓으며


가볍게 외줄을 타라

햇살 집게 물린다

 

 

1회 미당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소감


시조 부문 당선자 김태수

 

미당문학이 첫 신인작품상을 재외 이민자에게까지 지평을 넓혀 당선의 영광을 안겨준 데 대하여 감사한다세계로 뻗어가는 미당문학의 큰 그릇과 의지가 느껴진다.


부지런히 갈닦아서 한국의 정형시인 시조를 미주 지역에 부흥시키라는 임무를 준 것 같기도 하다오랫동안 이민자로 미국에 살면서 늦깎이로 시조 문학을 시작하여 동포문학과 한국문학의 경계에서 서성이고 있었다이제 시조라는 새가 되어 날아보려 한다.


미당문학이라는 보금자리에 둥지를 틀고친일과 친독재라는 비판을 부정하지도 말고숨김없이 사실대로 드러내 놓고 부끄러워하지도 말고올곧은 작품을 써 보도록 하자고 다짐해 본다조금은 설고설렘과 두려움이 일지만 미당 큰 시인의 공과를 거울삼아문학 작품과 작가의 삶이 서로 어긋나지 않도록 늘 나 자신을 비춰봐야겠다.


시 작품 세계와 시인의 삶이 상반되지 않아야 한다.는 평소 나의 가치관이 당선 통보를 받고 잠시 혼란스럽기도 했지만이제 미당 큰 시인의 훌륭한 서정 세계와 연금술사적인 우리말의 시적 세련을 본받는 한편안일한 문학의 길로 들어서려 할 땐 나 자신을 일깨우는 채찍으로 삼아보려 한다.


꽃과 숲 향이 어우러진 숲에서만 노래하는 새가 아니라 오염된 환경과 땀 흘리는 사람들이 사는 거친 들판도 날며 우짖는 새가 되어야 한다또한작은 눈으로 큰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날갯짓하며 높이 날아올라야 한다.


논어의 다음 구절을 한 번 더 새겨본다. 시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하며(), 사물을 보는 눈을 키우게 하고(),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게 하며(), 잘못을 비판하게 한다(). (可以興可以觀可以群可以怨)


1004.jpg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34 선물드립니다-『사랑이었다』엄영아 두 번째 수필집 file 미주 2023.05.18 64
833 고 현원영 시조시인 부고 file 미주 2023.05.11 78
832 변재무 시인 천국 환송 예배 file 미주 2023.05.04 84
831 팔순 축하연/ 김재동 file 미주 2023.04.10 73
830 스프링 왈츠 <Spring Waltz> 10인 전시회 file 미주 2023.04.06 51
829 이송희시인-서북미문인협회 세미나,"시인은 삶을 한번 더 뒤돌아 본다" file 시스템관리자 2023.03.27 153
828 손용상 작가 <시선> 문학상 수상 및 작품집 출간 file 미주 2023.03.25 76
827 현대시문학 54회 정기총회 / 박영숙영 file 미주 2023.03.25 60
826 석정희 시인, 한국에서 2개 시부문 대상 수상 file 미주 2023.03.08 120
825 천국환송 예배 - 박신화 목사의 어머니 (박윤순 사모) file 미주 2023.03.02 83
824 코윈OC 청소년 콘퍼런스 '디아스포라 역사로 정체성 일깨운다' file 미주 2023.02.22 45
823 김수영 시인 '통일문학 대상' 수상 [1] file 미주 2023.01.24 149
822 고원문학상 시상식 및 문학세계 출판회 미주 2023.01.16 106
821 정종진 소설가 '해외 한국 소설문학상'을 수상 file 미주 2023.01.16 56
820 부고 - 황갑주 시인께서 소천하셨습니다 file 미주 2023.01.03 77
819 장정자 제2시집 <한사코 꽃은 피고> 출간 file 미주문협 2022.12.19 46
818 김영희 단편 소설집-<길 위해서> 출간 [1] file 미주문협 2022.12.19 56
817 재미시협, 옥천군 문화원·동행문학 주관 정지용 해외문학상·박인애 시인 수상 미주문협 2022.11.12 114
816 이지원 첫수필집 출판회에 초대합니다. file 미주문협 2022.10.23 76
815 박윤수 제4시집 출판기념회에 초대합니다 file 미주문협 2022.10.17 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