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빨다가

by 강민경 posted Mar 2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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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빨다가/강민경

 

 

오늘내일 미루다가

다급해지면 손빨래를 한다

어깨허리 다리 온몸이 저릿저릿 요동치며

저절로 앓는 소리를 낸다

 

하던 일 멈추고

피곤한 몸 누이고

빨래는 빨아 입으면 깨끗한데

마음에 새겨진 상처는 왜 쉽게 지워지지 않을까?

엉뚱한 생각에 골똘하다 문득 창밖

봄꽃 따라온 오월의 푸르름, 하늘 찌르는 기상도 보고

그 그늘 밑

낮은 곳을 사모하여 허락된 땅에서만 사는

채송화도 본다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라는데

푸르름을 쫓아 기는 오월의 하늘같이

낮은 곳을 만족해하는 채송화같이

빨아 입으면 깨끗해지는 빨래처럼

삶이 단순하면 안 되는 걸까……,

 

세상에나 일하다가

이러고 있는 나는 뭐고

나도 사람이라서

지혜가 과욕이 될 때도 있구나

생각이 시간을 헛되이 보냈으니

손해를 볼 때도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