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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2009년 10월 15일, 학생의 도움으로 다음카페에 블로그(http://blog.daum.net/poetlsh)를 만든 지 정확히 450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여기에 허섭스레기 같은 글을 하나둘 올리다 보니 어언 1,000개째의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글 외에 음악, 사진 등도 많이 올려놓긴 했지만 말입니다. 1,000개째의 글로 어떤 것을 올릴까 고민하다가 계간『시와 산문』의 청탁으로 발표하게 된 시 5편 외에 덧붙여 쓴 ‘체험적 시론’이라는 산문을 올려놓기로 했습니다. 제 블로그를 방문하여 졸고를 읽어준 모든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들에게 저의 글이 작은 위안과 즐거움이 되었다면 저로서는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시를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글은 문학평론집에 실려 있기에 이 자리에는 거의 싣지 않았습니다. 좀 긴 글은 그 책자에 실려 있습니다. 이 점, 양해를 구합니다. 그리고 제가 허락도 받지 않고 올려놓은 좋은 글과 음악, 사진의 원작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만약 저작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되면 연락을 주십시오. 바로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의 건강과 건필을 기원합니다. 시인조명|이승하 시인의 체험적 시론 공포와 전율의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가족 중 한 사람이 25년째 정신불열증 환자로 살아가고 있다. 지난 25년 동안 병원이나 시설을 알아보러 다닌 회수만 해도 몇 번이었던가. 내가 상담을 청했던 의사와 시설의 관리인들 수만 해도 몇 명이었던가. 회복의 꿈은 버린 지 이미 오래, 살아 있음이 마냥 고맙고 주변 사람들에게 광기를 보이지 않으면 그것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간혹 정신질환자 요양원이나 수용시설의 열악함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한다. 그런 시설에는 왜 그렇게 악덕 관리자가 많은지. 정부의 지원금이나 각종 단체의 후원금이 환자에게 잘 전달되지 않고 관리자의 치부에 보탬이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환자들은 화재로 말미암아 떼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그런 시설은 교도소처럼 몇 개의 철문을 열어주어야 바깥으로 나올 수 있고, 창문마다 방충망이 부착된 것이 아니라 철창으로 되어 있다. 불이 나도 바깥으로 탈출할 수 없어 그 안에서 한꺼번에 죽는 것이다. 지난 25년 동안 영혼의 병을 앓는 식구를 지켜보는 일이 참으로 가슴 아팠지만 이 땅에는 그런 환자가 너무너무 많다. 내가 가본 병원이나 시설마다 차고 넘치는 것이 정신질환자요 알코올중독자요 치매노인이었다. 내 어찌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세상의 행복을 노래할 수 있었으랴. 나는 25년 동안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시로 쓸 수밖에 없었다. 사랑의 고갈이 안타까워 『사랑의 탐구』라는 시집을 냈고, 유토피아에 대한 갈망이 『우리들의 유토피아』를 쓰게 했다. 욥의 고난을 생각하면서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를 냈고, 폭력과 광기가 없는 세상에 대한 꿈을 담아 『폭력과 광기의 나날』을 냈다. 생태환경이 파괴된 욕망의 늪에서 허우적대며 『생명에서 물건으로』를 냈다. 별들도 아파서 빛나는 것 같아서 『뼈아픈 별을 찾아서』를, 지상에 드리운 어둠을 걷어내고 싶어서 『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를 냈다. 등단 25년을 스스로 기념하여 펴낸 시선집의 제목이 ‘공포와 전율의 나날’이었으니, 내가 쓴 시들은 절규가 아니면 신음소리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01년에 낸 연례보고서를 보면 세계적으로 4억 5,000만여 명이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 간질, 치매, 알코올중독증 등의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나와 있다. 엄청난 숫자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세계 인구 4명 중 1명은 일생 중 1번 이상 정신 신경 질환을 앓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는 사람은 1%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의 환자가 전문의의 상담을 받지 않고 있는데, 그 가운데 매년 1천만~2천만 명의 환자가 자살을 시도하며 또 그 가운데 1백만 명 정도가 목숨을 잃고 있다고 한다. 작년 한 해 우리나라 자살자 수가 1만 2,858명이라고 하는데 태반이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자라고 한다. 연례보고서에는 정신분열증 환자의 80% 이상이 가족의 도움 아래 1년 정도 치료를 받으면 정상이 될 수 있고, 우울증이나 간질 환자도 60~70% 정도는 회복이 가능한 만큼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나와 있다. 내 관심의 부재로 인해 가족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음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 근작 5편은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에 5편이, 『폭력과 광기의 나날』에 5편이 실려 있는「정신병동 시화전」의 후속 작품이다. 시설이 잘 되어 있는 정신병동에서는…… 입원하거나 면회를 가본 분은 잘 아시겠지만 시 치료, 그림 치료, 음악 치료, 사이코드라마 치료 등이 행해지고 있다. 병동은 비록 격리되어 있지만 그 안에서 시화전이 열리기도 한다. 환자들이 사이코드라마(연극)에 역할을 맡아 출연하기도 한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들이 내 시의 소재가 되었다. 캔 키지(Ken Kesey)의 소설『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은 영화화되었다. 삼중당 문고로 나온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밀로스 포먼이 만든 영화를 봤는데 소설도 명작이고 영화도 명작이다. 내가 본 ‘10대 명화’ 중에 이 영화를 빼놓을 수 없다. 제인 캠피온 감독 영화「내 책상 위의 천사」와 제임스 맨골드 감독 영화「처음 만나는 자유」도 작품의 주된 무대가 정신병원이다. 모두 깊은 감명을 받은 영화다. 우리 소설이나 영화 가운데 정신병원을 무대로 한 것이 있었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그 세계를 조금은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시를 썼다. 독자의 질책을 기다리고 있겠다. 나도 이제는 독자들의 구미에 맞는 따뜻한 서정시를 쓰고 싶기도 하지만 쓰다 보면 이렇게 시가 어둡다. 고통, 환멸, 좌절감, 절망감, 아픔, 설움, 폭력, 광기, 공포, 전율……. 이런 어두운 시세계를 누가 좋아할 것인가. 하지만 나는 정직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쓰고 싶은 시를 쓸 뿐이다. 내게 꿈이 있다면 폭력과 광기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보는 것이지만 이 꿈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안다. 현대인을 수시로 엄습하는 불안과 공포……. 폭력은 권력과 가깝고 광기는 소외와 가깝다. 욕망의 과포화가 범죄를 낳고 집단의 범죄가 전쟁이다. 나는 이 모든 것을 반대한다. 뭉크의 그림「절규」에 나오는 인물처럼 나는 시로써 절규할 것이다. 사랑을 탐구하고 유토피아를 꿈꿀 것이다. 회복될 기미가 전혀 안 보이는 혈육이 나를 깨어 있게 한다. 시를 쓰게 한다. 달콤한 사랑시 대신 격렬한 몸부림의 시를. 따뜻한 서정시 대신 쓰라린 상처의 시를. 독자들의 호응이나 문학평론가의 상찬을 받지 못할 것을 알지만, 나는 앞으로도 이 길을 걸어갈 것이다. 폭력과 광기가 사라진 세상에 대한 꿈만은 버릴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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