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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유감 (有感)

by 윤혜석 posted Nov 0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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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유감 (有感)

코스모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을꽃이다.
내 가슴에는 아직도 무리진 코스모스의 가을 들녁이나
가녀린 웃음 날리며 한없이 흔들리던 한가로운 사이길에 핀 코스모스가 너무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가을이면 어디로 눈을 돌려도 맞닥뜨리기 마련인 코스모스.  
연하디 연한 몸매로 마음을 흔들어 끝내는 그 마음 다 가져가 온데 흩어버리는
가을의 또 다른 이름 코스모스.  
가련한 얼굴에 입힌 고운 빛깔은 까마득한 동심의 흙먼지 뽀얀 가을 소풍길도 불러오고,
까르르 웃음소리 피워올리며 친구와 구르던 자전거 바퀴도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다가온다.  
두손 맞잡고 거닐던 들길따라 아련한 첫사랑의 가슴 두근거림도 어김없이 함께 온다.  
웃는듯 슬픈듯 코스모스가 흔들릴 때면 가을은 내 안에 들어와 앉았고
나는 바야흐로 가을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코스모스를, 어디서고 줄지어 술렁거리며 나를 반기던 코스모스를
내가 사는 이 땅에서는 만나지 못하고 있다.  
차를 달리다가 언뜻 길가에 늘어선 꽃들이 마치 코스모스인듯이 하늘거리기에
차를 멈추고 다가가 보지만 빛깔만 그럴듯한 전혀 다른 얼굴에 실망하며 돌아서고
화원(nursery) 한켠에 밀쳐져 옹송거리고 있는 코스모스꽃무리는
가을을 피워내지도 못한채 화분에 포기로 나눠져 뜨거운 태양볕에 힘없이 부서지고 있었다.  
하물며 노란 얼굴로 코스모스라고 우기는 금계화를 보며 가을을 만끽하겠다는 타협은
서글픈 타향살이의 서러움으로 금새 전락하고만다.  
코스모스가 없는 가을이라니...  

갈래머리 계집아이도, 가녀린 몸매 살랑이던 처녀도 떠나갔지만
해마다 가을이면 반기던 코스모스 까닭에 가을바람 속으로 그리움도 날리고
깊은 가을의 사색을 즐거웠했는데 여기 그 코스모스가 없다.  
하늘은 파랗게 깊어가고 서늘한 바람이 잎새를 연하게 물들이는
가을이 마음에 사무칠 때는 코스모스가 한없이 그립다.  
거꾸로 써가는 번지, 내가 오늘 살고 있는 땅에서 만나지 못하는 코스모스.
환한 웃음과 함께 반기며 손짓하는 코스모스가 피지 않는 이 땅의 가을을
어떻게 견뎌야할지 크게 고민해 볼 일이다.
어쩌다 이 가을에 코스모스 들판을 만나는 행복한 꿈이라도 꾸어볼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