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친구/ /강민경

by 강민경 posted Jul 1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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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친구/강민경

 

 

커피에 꿀을 넣으려다가

꿀단지 앞에서 엎어져 죽은

바퀴벌레를 보는데

사랑하는 사람 지척에 두고 그리워하다

더는 그리워하지도 못하고

하늘나라로 간 친구가 생각난다

   

누군가는 전생에 인연이라 하였고,

누군가는 전생에 원수라 하였지만

그래, 그게 그렇지 않아,

긍정하고 부정하는 사이

이웃집 오빠였거나, 누이동생 같았을

지척에 제 사랑이 있는데

건너지 못할 강 앞에서 애만 태우다

요단강 건넜다는 그 소문처럼

 

바퀴벌레의 죽음이

이룰 수 없는 사랑의 불길에 뛰어든

그 친구의 생애 같아

평소에

바퀴벌레를 끔찍이 싫어하는 나에게

때아닌 측은지심이라니!

 

하찮은 바퀴벌레의 죽음을 보면서

사랑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하늘나라를 선택한 그 친구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