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묵정밭 / 천숙녀

by 독도시인 posted Feb 0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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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정밭.jpg

 

묵정밭

 

옹벽擁壁도 금이 갔고 집은 반쯤 기울어져

내부수리에 들어간 녹아 난 가슴이다

아픈곳 제대로 짚어도 거푸집 차양 치고

 

어둠의 덫을 열어 몇 점 얼룩만 남겨지길

화전민 터 찾아 나선, 새 터에 집 짓는 일

뒤꿈치 발 시리다고 앙탈부리는 나를 본다

 

내려놓고 비운 삶 어둠을 걷고 나와

아픈 내부 지켜보다 빈 가지로 올랐지만

목숨은 어디에서나 용수철로 사는 거다

 

갈퀴 손 훈장으로 햇빛으로 쏟아진 날

묵정밭 일구어서 씨 뿌리고 모종하자

바람도 멈춘 시간 깨워 태엽을 감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