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 / 성백군

by 하늘호수 posted Jun 1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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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 / 성백군

 

 

아무 데서나 건너면 건널목이 되는데

저쪽 길이 더 좋아 보이는데

마음대로 건너지 못하는 것이 건널목이다

 

러시아워에 건너다가는

사고당하기에 십상이다

어쩌다 기회를 텀 타 건넌다고 하더라도

보는 눈이 있어 잡히면

벌금 내고 제판까지 받아야 한다

 

참고, 기다리며 신호등까지 가서

건너면 된다고 하겠지만 그때는

이미 길 건너 저쪽 내 기대는 사라지고 마는 것을

인생에는 정석이 없는데 정석대로 살려 하니

행운과 불운이 헛갈린다

 

차라리 내가 건널목이 되면 어떨까

가족이 나를 건너고, 친구들이, 이웃들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건널목이 되어 준다면

그들도 내 건널목이 되어서

가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아무 때나 거침이 없으면,

굳이 신호등이 없어도 될 텐데

 

지친 몸 터벅터벅 신호등 앞에 섰다

차도는 빨간불인데, 인도도 ?

그럼 넌 사고냐, 나는 인재(人災)

오늘도 과거처럼 속내를 알 수 없는

삶의 건널목 앞에서 속절없이 서성거린다.

 

   2021 - 0524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