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9 19:19

가시도 비켜선다/강민경

조회 수 15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시도 비켜선다/강민경

 

 

가시나무에 꽃이 피었다

꺾고 싶은데 가시가 있어 망설이다가

꽃 속 꿀을 따는 벌을 본다

 

벌은 꽃에서

노동자로 꿀을 열심히 따 모으지만

종내에는 사람에게 다 빼앗기고

정작, 제 것은 없을 텐데

꿀 따는 동안 남은 달콤한 맛에 취해

무아지경이다

 

사람들은, 죽을 때는

하나도 가지고 가지 못하면서도

강도처럼 벌이 모아 놓은 꿀을 다 빼앗는다

더 많이 가지려는 고리대금업자 같은 습성을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비록 가난하지만

그래서 장래가 암담하지만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현실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사는

저 벌의 생애가 참삶 아닌가

 

가시나무꽃 속에서

꿀을 따는 벌, 그 재주가 좋다

세파에 휘둘리는 일 없이

열심히 일하는 벌에게는 못 당하겠다

가시도 비켜선다  

지금의 나를 지키는 것 같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39 단풍 낙엽 – 2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2.19 170
2238 물속 풍경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2.12 176
2237 광야(廣野)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2.05 167
2236 가을 빗방울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1.28 177
2235 단풍잎 꼬지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1.21 113
2234 늙은 등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1.14 135
2233 가을, 담쟁이 붉게 물들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1.07 156
2232 갈잎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0.31 111
2231 풍경 속에 든 나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0.24 140
2230 가을 산책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0.17 163
2229 10월 6일 2023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0.10 125
2228 우리 동네 잼버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0.03 123
2227 가을 입구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26 124
2226 가을, 잠자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19 160
2225 얌체 기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12 262
2224 정독, 인생길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05 220
2223 천기누설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29 172
2222 외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22 155
2221 위, 아래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15 205
2220 죄를 보았다. 그러나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08 13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13 Next
/ 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