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02 04:02

봄이 왔다고 억지 쓰는 몸

조회 수 10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봄이 왔다고 억지 쓰는 몸/ 성백군

 

 

봄이 왔다고

나목에 싹이 돋고 

햇볕이 꽃봉오리에 모여들어

꽃을 피우겠다고 바글거린다

 

내게도 그런 일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거울에 비친 내 얼굴 모습은

주름투성이에 검버섯 몇 듬성듬성

봄이 와도 몸은 봄 같지가 않아

더욱 봄이 그립다

 

내 평생, 그동안

들이쉰 숨 다 내쉬지도 못 한 것 같은데

젊음은 사라지고 들어앉은 늙음,

인생 참 덧없다

미리 알았더라면 아니, 예전에 느꼈더라면

진지하게 시간을 보냈을까?

사람 사이에서 예의 바르고 자연 앞에 겸손했을까

어느새 건방지고, 교만하고, 잘났다고 하는 것들이

혈기 죽어 마른 풀같이 되었다

 

이러다가 나는 그냥 지워지고 마는 것 같아서

봄맞이 나갔다가

나비처럼 꽃 곁에서 흐느적거리다가

벌에게 쏘였다. 아프지만,

(벌침이 박혀 얼굴이 부풀었지만 벌은 곧 죽을 것이고

내 살은 그 죽음 위에 빨갛게 꽃으로 피어날 것이니)

이게 부활 아닌가?

 

봄이 왔다고

억지 쓰는 늙은 몸에도

봄은 봄이라서

벌침 맞은 자리가 따끔거릴 때마다 오히려

마음에는 봄꽃이 핀다

 

   808 - 04052017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16 섞여 화단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7.12 104
2215 버리기도 기술입니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7.06 120
2214 시간 길들이기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6.28 100
2213 5월 들길 / 성백군 2 하늘호수 2023.06.20 135
2212 울타리가 머리를 깎았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6.14 105
2211 홀로 달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6.06 114
2210 각자도생(各自圖生)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6.01 80
2209 나목의 가지 끝, 빗방울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5.23 171
2208 보훈 정책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5.16 64
2207 삽화가 있는 곳 2 김사빈 2023.05.14 88
2206 4월, 꽃지랄 / 성백군 2 하늘호수 2023.05.09 75
2205 꽃잎이 흘러갑니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5.02 67
2204 빗방울 물꽃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4.25 61
2203 황토물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4.19 67
2202 카멜리아 꽃(camellia flawer) / 성백군 2 하늘호수 2023.04.09 137
2201 찬바람의 통곡 소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4.03 105
2200 고목 속내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3.14 81
2199 꽃샘추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3.07 77
2198 봄기운 : (Fremont, 2월 26일)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3.01 127
2197 소화불량 / 성배군 하늘호수 2023.02.21 11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13 Next
/ 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