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13 17:21

관계와 교제

조회 수 17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관계와 교제 / 성백군

 

 

공원 나무 밑 좌판 옆 바닥에

조촐한 저녁상이 차려져 있다

물그릇과 모이, 먹다 남은 통조림.

새들이 날아와 물을 마시고, 길고양이

허겁지겁 음식을 먹으며 힐끔거린다.

 

누굴까, 저 착한 마음은

부자가 재산을 털어 공궤하는 것은 아닐 테고

어쩌다 나들이 나온 사람이 미리 준비한 것도 아닐 것이고

어느 마음씨 고운 이가?

아니야, 세상에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그럼, 동물애호가 단체에서 왔다 간 걸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한 일주일 휴가차 본토에 있는

아이들 삼 남매 부부가 손자 손녀 여섯 데리고 와서

북새통을 치는 대는 내 새끼들이라도 감당이 안 되었었는데……

 

저어~ , 저 소외된

저녁 어스름 속 등 굽은 노숙자

잠자리 찾아 좌판 옆 의자에 앉아

먹이를 정리하며 뒷수습을 하는데

새들이 먼저 알고 그의 어깨에 앉고, 길고양이

무릎으로 파고들며 반긴다

부도, 명예도, 권세도 없고

혈족도, 주종관계도 아니지만

매일 만나서 일상을 나누는 교제가 아름다워

한 폭의 그림 같다고

일몰이 가다 말고 멈춰 서서 시샘한다

늦었지만 저도 할 수 있다며

종일 무심했던 하늘을 서산에 매달고

벌겋게 물들인다

 

   808 - 03262017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99 꽃샘추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3.07 79
2198 봄기운 : (Fremont, 2월 26일)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3.01 129
2197 소화불량 / 성배군 하늘호수 2023.02.21 158
2196 봄, 까꿍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2.14 105
2195 길가 풀꽃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2.07 81
2194 재난의 시작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1.31 78
2193 세상, 황토물이 분탕을 친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1.24 79
2192 겨울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1.17 113
2191 듬벙 관람요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1.10 500
2190 회개, 생각만 해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1.03 194
2189 이웃 바로 세우기 / 성백군 하늘호수 2022.12.27 138
2188 세월 측량하기 / 성백군 3 하늘호수 2022.12.20 167
2187 12월을 위한 시 - 차신재, A Poem for December - Cha SinJae 한영자막 Korean & English captions, a Korean poem 차신재 2022.12.20 152
2186 입동 낙엽 / 성백군 하늘호수 2022.12.13 154
2185 노년의 삶 / 성백군 하늘호수 2022.12.06 79
2184 아스팔트 포장도로 / 성백군 하늘호수 2022.11.29 69
2183 기상정보 / 성백군 하늘호수 2022.11.22 135
2182 단풍 값 / 성백군 하늘호수 2022.11.16 105
2181 늦가을 빗길 / 성백군 2 하늘호수 2022.11.08 462
2180 갓길 나뭇잎 / 성백군 하늘호수 2022.11.01 13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13 Next
/ 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