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찍소 아줌마

by 박성춘 posted May 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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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소 아줌마

NaCl


"Have a good day~!" (좋은 하루 되세요) 이 말은 결코 가게 주인의 인사말이 아니었다. 우리 가게, **옷수선과 거래하는 **세탁소 주인 아줌마는 입이 무겁기로 소문난 분이다. 오늘도 옷을 찾으러 갔다가 어떤 손님이 그 아줌마에게 정다운 인사를 건냈는데 그 아줌마는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반면 주인 아저씨는 애교도 있고 수다가 좀 있으신 분이다. 여수랑은 살아도 찍소랑은 못 산다는 말이 있는데 그렇게 말 많은 아저씨가 찍소인 그 아줌마와 어떻게 살까 궁금했다. 상대방이 뭐라고 말하면 도통 반응이 없으셔서 아마도 아저씨가 답답증에 걸릴 거라 생각했다.

어느날 컴맹인 아저씨가 인터넷이 안 된다며 나를 집으로 호출을 했다. 그날 저녁 나는 그 아줌마의 다른 얼굴을 보았다. 가게에서는 손님에게 말 한마디 안 하던 아줌마가 집에선 아저씨에게 말풍선을 마구 터뜨렸기 때문이다. 아저씨는 제대로 대꾸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그렇게 말을 안하고 답답해서 어찌 살까 했는데 낮 동안 입에 지퍼로 채워 스트래스, 짜증 같은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 놓았다가 집에 돌아와서 남편에게 다 쏟아 부으시는 것이다. 아줌마는 말 보다 행동으로 보여 주시는 분이다. 그 스타일이 통했을까? 그 곳 단골들은 아줌마가 반응이 없어도 그러려니하고 깨끗하게 잘 세탁이 된 결과물을 통해 아줌마를 신뢰하는 것 같다.

표정도 없고 대꾸도 안 하지만 항상 변함없고 성실한 삶의 내용을 알아 챈 손님들은 아줌마의 침묵 속에서 다정한 인사 못지 않은 묵직한 인사를 느끼는 것은 아닐까. 서구사회의 영향으로 마음은 꼭 표현해야 안다고들 말하지만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촉이 있음을 안다. 육감이라고도 하고 촉이라고도 하는 그런 감각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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