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4.11 03:17

월터 아버지

조회 수 304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19세기 중엽 아일랜드를 감자기근이 휩쓸고 간 얼마 후 월터 아버지는 세상 무서울 것 하나 없는 열 아홉 살 청춘에 조국을 저버리고 미국으로 이민 온다. 월터 아버지는 몇 년 지나 뉴욕시 전차 운전수로 운 좋게 취직이 되고 몸매 늘씬한 아이리쉬 극장주인 딸과 결혼하여 자식 여덟을 두는데 그 중 넷은 일차세계대전 직후 유행성 독감으로 죽고 월터를 포함해서 넷만 살아 남는다. 당시 뉴욕시에 전차가 없어지면서 버스가 처음 생길 무렵이라 전차 운전수들은 너도 나도 버스 운전수 자격증을 따는 일이 급선무. 월터 아버지는 대망의 버스 운전 실기시험을 며칠 앞두고 쉰 일곱 살에 당뇨병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때 월터 나이 열 넷. 근래에 항우울제를 복용 중인 여든 두 살의 월터는 이른 아침 현관에서 노란 금테가 번쩍이는 전차 운전수 모자를 눌러 쓰고 조금씩 침을 뱉어 가며 구두를 반질반질하게 닦는 아버지를 그리워 한다. 추운 겨울 저녁이면 코밑 황제수염에 송알송알 서리가 맺히는 월터 아버지가 나도 그립다. © 서 량 2003.09.11 (현대시학, 2005년 4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40 분수대에서 성백군 2015.02.25 113
939 비빔밥 2 성백군 2015.02.25 214
938 언덕 위에 두 나무 강민경 2015.01.25 273
937 슬픈 인심 성백군 2015.01.22 183
936 수필 김우영의 "세상 이야기" (1)생즉사 사즉생( 生卽死 死卽生) 김우영 2015.01.12 426
935 담쟁이에 길을 묻다 성백군 2014.12.30 274
934 12월의 결단 강민경 2014.12.16 283
933 별 하나 받았다고 강민경 2014.12.07 330
932 일상은 아름다워 성백군 2014.12.01 123
931 촛불 강민경 2014.12.01 173
930 수필 우리가 문학을 하는 이유 김우영 2014.11.23 308
929 엉뚱한 가족 강민경 2014.11.16 197
928 어둠 속 날선 빛 성백군 2014.11.14 177
927 얼룩의 소리 강민경 2014.11.10 291
926 수필 김우영 작가의 (문화산책]물길 막는 낙엽은 되지 말아야 김우영 2014.11.09 576
925 10월의 제단(祭檀) 성백군 2014.11.07 176
924 숙면(熟眠) 강민경 2014.11.04 167
923 가을비 성백군 2014.10.24 173
922 군밤에서 싹이 났다고 강민경 2014.10.17 305
921 내가 세상의 문이다 강민경 2014.10.12 169
Board Pagination Prev 1 ... 62 63 64 65 66 67 68 69 70 71 ... 113 Next
/ 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