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중매(雪中梅)

by 성백군 posted Mar 15, 201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설중매(雪中梅) / 성백군
                                                                

참다 참다 못 해
꽃봉이 터졌다
검은 가지 위 쌓인 눈 헤치고
빨간 입술을 내밀었다

사춘기 소녀의 유두 같은 것
햇볕은 탐하지 말라
바람아 못 본 채 해라.
두고 떠나가야 하는 눈(雪)은
제풀에 눈물짓는다.

참지 조금만 더 참지
임 바라기에 환장한 것 같이.
벌 나비는 입질도 않는데
어쩌자고 속내를 다 드러냈나

눈물 속에서 얼음 깨물고도
잎 벌린 거부할 수 없는 삶
봄맞이 앞장서서
할미꽃진달래유채꽃산수유개나리벚꽃
줄줄이 오는 길 다 터 놓았으니

내 백발도 검어지려나, 나도
신방 한 번 더 차려도
되겠니?

      
   582 - 0219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