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동 재래시장 매미들

by 하늘호수 posted Oct 20, 20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구로동 재래시장 매미들 / 성백군

 

 

매미가 운다

 

구로동 재래시장

낡은 고목 몇 안 남은 가지에서

, , 매에 엠, 하며

시장 사람들 상거래 소리보다 더 크게

고함을 지른다

 

7년 땅속 굼벵이 생이

억울해서가 아니다

2주 밖에 못 살고 가는 삶이 서러워서가 아니다

당장, 소리치지 아니하면

자신의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없으니

손님들 귀속을 파고드는 것이다

 

만주로, 연변으로 피난 간 사람들

서툰 한국말 가지고 고국에 돌아와  

장바닥을 가득 메우며

가라앉은 시장경기를 일으켜 세운다

무궁화 꽃을 피우며

구로동 재래시장을 국제시장으로 만들겠다고

 

매에 엠,

저건, 우는 것이 아니다

암놈을 부르는 사랑놀이가 아니다

풀 한 포기 없는 회색 벽돌담 시장 골목에서

순간, 순간을 살아남기 위한

역이민 매미의 기막힌 절규다

울음에 곡을 붙인 희대의 절박한 노래다